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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만큼 오싹한 문체

Posted February. 19, 2008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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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의 원작은 코맥 매카시의 같은 제목의 소설이다. 영화는 원작을 거의 변형하지 않고 사건의 전개뿐 아니라 사소한 대사도 그대로 따랐다. 감독이 소설을 경외하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 정도다. 소설에서 자세하게 묘사한 살해 장면을 영화에서 생략한 부분이 있지만, 소설이 영화화될 때 디테일이 불가피하게 생략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하다.

소설은 무엇보다 문체가 탁월하다. 읽다 보면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은 불길한 전조에 물든, 살을 발라 낸 듯한 냉정한 문체(보스턴글로브) 덕분이다. 하드보일드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소설의 분위기를, 영화는 최대한 영상으로 옮기고자 애쓴다.

영화가 따라잡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소설은 보안관을 화자로 하는 1인칭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이 교차해 전개된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비정하고 냉혹한 단문의 연속이지만, 1인칭 시점은 비교적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부패와 희망을 대조시키는 이 형식은 영화에서는 살리기가 쉽지 않다. 영화에서는 보안관의 시점을 보안관의 내레이션으로 대체했다.



채지영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