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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에 넋 잃고 수증기에 시름 잊다

Posted February. 15, 20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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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설국의 고향인 니가타만은 못해도 눈이라면 몸서리칠 만큼 많이 내리는 눈 고장이 혼슈에 또 있다. 혼슈 최북단을 구성하는 북도호쿠()지방이다. 북도호쿠는 최북단의 아오모리, 그 남쪽에 동서로 인접한 아키타, 이와테 이 세 현을 말한다. 그 위도를 보자. 니가타 현이 서울과 비슷한데 비해 북도호쿠는 38도선부터 이북의 청진(3842도)에 이를 정도로 북쪽이다. 그중 동해에 면한 아키타 현은 한겨울 눈 덮인 산속에서 온천을 즐기기에 기막힌 곳.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 설경을 감상하며 휴식하기에 좋은 아키타 현의 아키노미야 온천으로 여행을 떠난다.

인천공항을 이륙한 지 2시간 15분. 상공의 비행기 차창으로 펼쳐진 아키타공항 주변은 온통 설국이다. 아키노미야 온천향은 아키타 현에서도 남쪽의 내륙산악, 산골짝에 자리 잡았다. 그래서 자동차나 기차로 두 시간쯤 더 가야 한다. 요코테 시는 그 도중에 들르는 옛 성을 간직한 이 지방의 옛 도읍지. 매년 오늘과 내일(2월 15, 16일)에 이틀간 열리는 가마쿠라 축제로도 이름난 곳이다.

가마쿠라란 에스키모의 이글루와 비슷한 눈집이다. 한겨울 사냥으로 소일하던 산악지방에서 사냥꾼들이 산속에서 추위와 눈을 피하기 위해 지었던 임시거처다. 어둠이 내린 후 시내 미나미 초등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축제장을 찾았다. 가마쿠라는 보이지 않고 촛불이 하늘거리는 높이 30cm가량의 작은 눈집 수백 개가 하얀 눈밭에서 어둠을 밝히고 있는 진풍경을 만났다. 그 눈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촛불 옆에 저마다 소원을 적은 네가이후다(소원편지)가 들어 있다.

진짜 가마쿠라는 학교 옆 부케야시키(무사가옥)에 있었다. 2m 높이의 실내에는 미즈가미사마()라는 명패가 있고 그 앞 화롯가에는 고깔 쓴 어른과 아이가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 가마쿠라는 물의 신을 모시기 위해 지은 것. 아키타 현이 곡창이자 사케(청주) 명산지임을 안다면 가마쿠라에 물의 신을 모신 이유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튿날 아침. 요코테 시청 앞이 소란스러웠다.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마쓰리(축제) 복장으로 나온 남정네들이 술이 거나히 오른 상태에서 요란스레 치장한 인형 기둥을 함께 들고 수백 명이 고래고래 고함치며 행진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근처 아사히오카 산의 신사. 동네끼리 경쟁하며 이 인형기둥을 신사로 나르는 일종의 겨울축제였다.

아키타 현은 온천향으로 이름난 고장이다. 그중에서도 쓰루노유가 있는 뉴토, 다카노유가 있는 아키노미야 두 곳이 유명하다. 주니히토유()라고 불리는 열두 개의 비경을 지닌 아키타의 온천탕은 주로 깊은 산속 계곡의 물을 끼고 발달한 이 두 산중의 온천에 있다. 그중에서도 요즘 뜨고 있는 곳은 아키타 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구리코마 산자락의 아키노미야 온천향. 약 열 곳의 료칸이 있는데 그중 다카노유 온천부터 찾았다.

다카노유 온천의 료칸이 자리 잡은 곳은 국도108호선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계곡. 1885년에 터 잡이를 했다니 역사가 벌써 123년을 헤아린다. 료칸을 평가하는 기준은 네 가지다. 물(수질과 수량)과 음식(가이세키 요리), 시설(객실)과 풍치(로텐부로노천탕)인데 다카노유는 낡은 시설(물론 고풍스러움이 돋보이는)만 제외하고는 모든 게 훌륭한 풍치온천이다. 특히 계곡의 설경은 압권이었다. 이 설경을 원 없이 즐길 수 있는 계곡가의 로텐부로. 그 안에 몸을 담근 이들은 퉁퉁한 체격의 50대 아줌마가 모두 꽃다운 선녀로 비칠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마을의 계곡가로 나가니 삽으로 자갈밭을 파는 사람이 보였다. 서너 삽 뜨자 웅덩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고인 물이 모두 온천수였던 것이다. 야쿠나이카와 강변의 아키노미야 온천은 이렇듯 온천지가 온천인 듯했다. 그러니 눈 구경과 더불어 온천욕도 즐기고 싶은 분들. 주저 말고 이 아키타 현의 아키노미야 온천향을 찾을 일이다.



조성하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