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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하산길은 또 얼마나 가파를까

Posted December. 23, 2006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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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 걱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서 70분 동안 쏟아낸 격정 발언이 송년 정국을 뒤흔들면서 대통령의 1년여 잔여 임기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주먹을 쥐고 연단을 내리치는 등 격한 모습으로 전직 국방장관들과 특정 대선 주자들을 거명하며 거들먹거린다, 인사실패였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장면을 지켜본 상당수 시민들은 저러다 대통령 정말 일 내는 것 아닌가하며 당혹스러워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양심껏 소신껏 하면 판판이 깨지는 것이 정치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터질 때는 터지더라도 다르게 할 것은 다르게 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향후 국정 운영이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대통령은 이 발언을 통해 다수 여론이 반대한다고 해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정을 자신의 생각대로 밀어 붙일 것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물론, 각계 전문가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노 대통령이 더 이상 국론 분열을 일으키는 발언을 자제하고 조용히 국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최근 실시된 한 언론의 여론조사에선 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5.6%를 기록한 바 있다. 그 정도로 노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국정운영 행태가 국민 대다수로부터 비판받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역대 대통령들도 모두 임기 마지막 해에는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의 현실을 인정하고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끝까지 내식대로 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어수영 명예교수는 링컨을 존경한다는 노 대통령이 링컨이 말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와 역행하는 통치를 하고 있다며 남은 1년 동안 독선과 아집으로 본인이 국민을 끌고 가겠다는 인식을 버리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 장성 출신들의 모임인 성우회 회장단은 이날 서울 잠실 향군회관에서 만나 작전통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하면서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것이냐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해명을 요구했다.

현 정부의 초대 총리를 지낸 고건 전 국무총리는 노 대통령이 자신을 인사 실패라고 한 것과 관련해 개인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말은) 자가당착이며 자기부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고 전 총리 자체에 대해 부정적 얘기를 한 게 아니다며 고 전 총리의 인품이나 역량, 당시 정책성과에 대해 평가한 것은 없다고 해명했고,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대통령의 21일 발언은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 간의 대화와 통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토로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용관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