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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K 추락 원인 논란 가열 규명 장기화 될 듯

F-15K 추락 원인 논란 가열 규명 장기화 될 듯

Posted June. 10, 2006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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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서 야간비행 훈련 중 추락한 F-15K의 사고 원인에 대해 조종사의 비행착각(vertigo)과 기체 결함, 정비 부문의 실수 등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나도록 추락 원인 규명의 핵심 단서인 비행기록 저장장치(블랙박스)가 회수되지 않아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공군에 따르면 사고기에 타고 있던 고() 김성대 중령은 추락 직전 차분한 음성으로 임무 중지라는 교신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신 뒤 사고기는 바다를 향해 하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들에 따르면 임무 중지는 통상 전투기 조종사가 한 차례 훈련을 끝내고 다음 훈련으로 넘어가기 직전이나 훈련 도중 이상이 발생할 경우 동료 조종사와 지상관제소에 보내는 용어다.

공군 측은 김 중령이 차분한 목소리로 교신한 점으로 미뤄 조종사가 밤바다와 하늘을 순간 혼동하는 비행착각에 빠져 다음 훈련을 위해 선회하는 과정에서 바다로 추락했을 가능성에 다소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베테랑인 두 조종사가 한꺼번에 비행착각을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아 의문이 제기된다.

기체 결함의 경우 크게 엔진 결함과 조종계통 결함을 상정할 수 있다. F-15 기종으로는 최초로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엔진이 장착된 F-15K의 엔진계통에 이상이 발생해 기체가 공중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러나 탁효수 공군 정훈공보처장은 당시 다른 비행기를 타고 주변을 비행한 조종사도 있고 사고기의 비행기록을 볼 때 (공중폭 발은) 분명히 사실과 다르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조종계통의 이상으로 기체가 급격히 선회할 경우 엄청난 중력가속도로 인해 조종사가 순간 의식을 잃고 조종불능 상태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와 함께 F-15K의 방대한 정비 매뉴얼의 한글 번역본이 없는 상황에서 정비 실수의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군은 사고 원인이 어떻게 결론 나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기체 결함으로 결론 나면 제작사로부터 사고기 보상은 받겠지만 올해 14대를 포함해 2008년까지 36대의 F-15K를 도입하는 차세대전투기(FX) 사업에 치명타를 입게 되고 앞으로 공군력 증강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추락 원인 규명의 핵심 단서인 블랙박스를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종사의 비행착각으로 결론 날 경우 유족들의 반발은 물론 조사 결과의 신빙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