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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복제도 문 열렸다

Posted August. 04, 2005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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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복제의 끝이 보인다. 원숭이만 남았다.

세계 최초로 개 복제에 성공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의 성과로 이제 인간을 제외한 복제대상 동물은 원숭이만 남게 됐다.

1996년 복제양 돌리 탄생 이후 전 세계 과학자들은 인간에게 유용한 가축, 애완동물, 그리고 실험동물을 앞 다퉈 복제해 왔다. 지금까지 포유류 11종()과 어류 1종 등 모두 12종이 복제됐다.

개 복제 연구팀의 이병천() 교수는 발정기나 배란주기 등 복제를 위한 기본지식이 많이 축적된 동물일수록 먼저 복제됐다며 복제할 만한 가치가 큰 동물 중 남은 것은 인간의 질병모델로 가장 유용하게 활용되는 개와 원숭이라고 말했다.

원숭이는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황 교수팀의 도움을 받아 복제배아 135개를 얻어 25마리의 암컷 원숭이 자궁에 이식했지만 임신에는 실패했다고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개 역시 황 교수팀이 성공하기 전에는 복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원숭이 못지않은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시험관 강아지는 없다

이 교수는 개 복제가 어려운 이유를 한마디로 시험관 호랑이는 나왔지만 시험관 강아지는 아직 없다는 말로 표현했다.

시험관 동물은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후 대리모의 자궁에 이식해 태어난다. 하지만 개는 난자 자체를 얻기 어려워 그동안 시험관 강아지가 태어난 적이 없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발정기에 난소에서 거의 성숙한 난자가 배출된다. 따라서 난소를 해부하면 복제에 필요한 난자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개는 특이하게 난소에서 꺼낸 난자가 미성숙 상태이다. 이 난자를 시험관에서 성숙시킬 배양조건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난관() 공략해 난관() 극복

연구팀은 개의 난자가 길이 12cm의 난관을 통해 자궁까지 이동하면서 성숙해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배란 23일 후 난관 어딘가에서 성숙을 마친다는 뜻.

연구팀은 미세한 바늘이 달린 주사기로 난관에서 직접 난자를 채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의 난소와 난관 주변이 보자기 형태의 질긴 조직으로 싸여 있어 이를 손상하지 않고 난관을 찾기가 어려웠다. 난자가 난관 어디쯤에서 성숙을 마치는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 교수는 난관을 집중 공략한 것이 우리 연구팀의 독특한 아이디어였다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현재는 난관에서 성숙한 난자를 찾는 확률이 90%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체세포를 제공할 개를 선택하는 데도 신중했다. 태어난 새끼 모습이 체세포 제공자와 똑같아야 누가 봐도 복제 강아지라는 사실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모가 다른 종류와 뚜렷이 구별되는 애완견 아프간하운드의 귀 세포를 사용했다. 결과는 성공.

연구팀의 강성근() 교수는 유전자 검사에서도 새끼와 체세포를 제공한 개체가 완전히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인간 난치병 모델로 활용

연구팀은 이번 개 복제 성공의 가장 큰 의미를 질병모델 확보에 맞추었다. 인간의 질병을 복제 개에게 걸리게 한 후 발병 원인을 조사하고 신약후보물질을 투여해 결과를 지켜볼 수 있다는 것.

황 교수는 일반 개는 동일한 약을 투여할 때 개체별로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약효 역시 많이 다르다며 하지만 복제된 개들은 유전자가 같으므로 10마리가 일반 개 100마리 몫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성과는 줄기세포 응용연구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개의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은 후 질병에 걸린 개에게 이식하면 줄기세포의 치료효과와 부작용을 관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인간(환자)에게서 얻은 줄기세포를 동일한 질병에 걸린 개에게 이식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성과로 멸종위기에 처한 한국산 늑대나 마약탐지 등 특수임무를 맡은 개를 복제할 수 있는 길도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