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니가타의 눈물

Posted October. 27, 2004 23:10,   

日本語

니가타()는 동해에 접한 일본의 항구 중 가장 큰 도시다. 20세기 초 일본 군국주의가 대륙을 침략했을 때는 일본 열도와 한반도, 만주, 러시아 연해주를 잇는 항로의 중심지였다. 광복 후엔 재일교포 북송선을 떠나보낸 비정()의 항구이기도 했다. 지금은 북한-일본 무역의 거점이 되어 한반도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총련계 동포들이 보내주는 돈과 물자에 크게 의존하는 북한으로선 생명선과도 같은 존재다. 일본인 피랍 문제 등으로 북한과의 긴장도가 높아지면 일본 전역의 우익들이 니가타항에 집결해 북한 만경봉호 입항 반대 시위를 벌이곤 한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 196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설국()의 첫 문장은 니가타의 시골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니가타현 남부의 산간지대에 머물며 이곳을 소설의 무대로 삼았다. 고시히카리라 불리는 이곳 쌀은 눈이 녹아내린 맑은 물로 재배해 밥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일본의 주당들은 청주() 하면 구보타() 핫카이잔() 등 니가타산()을 최고로 친다.

니가타현에서 강진이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와 1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났다. 전문가들이 대도시를 낀 태평양변의 지진 가능성에만 주목하고 반대편 산간지대는 안전하다고 여겼던 터라 일본열도가 받은 충격은 더욱 크다. 매몰 현장에서는 모자가 꼭 껴안고 숨진 채 발견되기도 하고, 생후 2개월 된 갓난아기가 엄마 젖을 물고 눈을 감는 등 가슴 아픈 사연이 줄을 잇는다.

니가타 지진은 전형적인 천재()에 해당한다. 삶의 터전을 잃고 계속되는 여진에 절망한 주민들은 총리와 국회의원들의 방문에도 하소연할 기력조차 없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사람의 부주의로 빚어진 인재()건,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천재건 재해의 처참함은 같다는 점을 실감한다. 이웃의 정을 담아 니가타 주민들의 아픔을 위로하자. 동시에 바다 건너 한국은 과연 지진에서 안전한지 꼼꼼히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니가타 지진의 강도가 한국 원자력발전소의 내진() 설계치인 6.5를 웃돌았다는 사실을 소홀히 넘겨서는 안 된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