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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시대 가족관계 흔들린다

Posted March. 12, 200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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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들어오면 씻지도 않고 컴퓨터 앞에만 앉습니다. 아이가 반갑게 맞아도 채팅하느라 건성으로 대꾸합니다. 술 먹고 늦게 들어와도 채팅녀와 인사해야 한다며 컴퓨터로 직행합니다. 이러다가는 이혼까지도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어느 주부)

입시에 전념하라고 아버지는 컴퓨터를 안방에 가져다 놨어요. 복사한 열쇠로 안방 문을 따고 들어가서 오락을 하다가 그만 걸렸습니다. 늦게 오신다는 말을 듣고 야간 자율학습까지 빼먹고 와서 정신 없이 오락을 하는데 일찍 귀가하신 겁니다. 야단맞고 화나서 막 대들었어요. 그때부터 저에게 단 한마디 말도 안 하시는 거예요.(고교 2년 남학생)

정보화 시대, 사이버 시대를 맞아 가족 관계가 바뀌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컴퓨터와 PC통신 때문에 부부간에 또 부모와 자녀간에 다투는 가정이 늘어나는 반면 인터넷이나 오락에 빠져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 사회정책연구실장이 20세 이상 성인 20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2일 발표한 사이버 시대의 가족생활 변화와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는 사이버 시대의 가족 관계가 부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멀어지는 가족 관계=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28.9%가 컴퓨터 사용을 둘러싸고 가족간 갈등이나 다툼이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10대 청소년의 경우 46.6%가 컴퓨터로 인해 부모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사용에 따라 부모와 자녀가 각자 지내는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이 46%나 됐다. 부부간에도 32.4%가 자신만의 시간과 영역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족간의 대화가 줄고(19.8%) 가족간의 친밀감이 감소하는(13.2%) 현상이 나타났다. 배우자가 가정 생활에 충실하지 않은 경우도 4.5%나 됐다.

바뀌는 생활방식=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TV 시청 시간이 줄고(46.4%) 잠자는 시간도 줄어든 것(28.2%)으로 나타났다. 활자 신문 대신에 인터넷 신문을 주로 보는 사람도 31.2%나 됐다.

또 3명 중 1명(30.5%)은 인터넷을 통해 친구를 새로 사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10대(62.6%)와 20대(41.1%) 등 연령이 낮을수록 비율이 높았다.

자신의 문제를 가족 밖의 관계를 통해 해결하는 경우는 16.2%, 친구와 만나거나 사회적 모임에 참가하는 횟수가 줄었다는 사람은 7.6%였다.

또 가전제품 식료품 의류 서적 등을 인터넷으로 구입하거나(41%) 은행 및 신용카드와 관련된 일을 인터넷으로 해결하는 사람(30.2%)이 많아졌다. 이 결과 전체의 22.2%는 인터넷 사용 이후 소비지출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김 실장은 정보화로 인한 가족생활의 변화를 가족 모두가 수용하고 책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사회교육을 통해 해결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송상근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