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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유령회사로 4900억 유입

Posted September. 26, 200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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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현대계열사를 통해 4억달러를 북한에 비밀리에 제공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은 26일 대북 비밀 지원 경로 등을 추가로 폭로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폭로자인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양당은 또 대표 기자회견을 통해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등 갈수록 대결 양상이 격화하고 있다.

엄 의원은 이날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빌린 4900억원(4억달러)이 북한 아태평화위원회가 외화벌이 목적으로 홍콩 마카오 베이징()에 만들어 둔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의 계좌에 들어갔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전날 현대건설의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 대북 비밀제공설을 제기했던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현대건설이 2000년 56월 홍콩 싱가포르에 부동산사업 명목으로 송금한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는 6개 계좌로 나뉘어 북한에 들어갔다면서 정상회담 전후의 대북 비밀지원액은 엄 의원이 밝힌 4억달러가 아니라 5억5000만달러(약 6700억원)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송금결정은 현대그룹의 실력자였던 이익치() 회장이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에게 지시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권이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현대를 통해 비밀리에 북한에 4억달러를 지불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며 이 같은 이적행위를 규명하기 위해 당장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 대표는 이어 문제는 북한이 이 돈을 군비증강에 사용했다는 미 의회보고서가 있었고, 정부는 이런 내용을 미국으로부터 지난해 2월 통보받고도 지금까지 국민을 속여왔다는 것이라며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 김대중() 대통령은 남은 임기에 관계없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도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금 중 1800억원은 이미 회수했고, 나머지 돈도 회수할 예정이라는데 증거도 없이 의혹을 부풀려 북한에 돈을 줬다고 할 수 있느냐며 한나라당은 근거 없는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 대표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전쟁을 원하는지, 평화를 원하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며 현대가 한 일이라고 놔두니까 야당이 더 떠들고 있는데, 정부도 잘못이 없다면 알릴 것은 알리고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 대표와 정균환() 총무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원내 대책회의를 열고 한나라당 엄호성, 정형근() 의원과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청와대 박선숙()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도 터무니없는 얘기로 이적행위 운운하는 것은 최소한의 정치도의조차 저버린 부도덕한 행위라며 근거 없는 왜곡과 선동에 대해 한나라당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엄낙용 전 산은 총재가 대북사업이 민간차원으로만 이뤄진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 도와줘야 한다는 취지의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의 말을 정부가 대출금을 대신 갚아줘야 한다는 말로 오해해 증언한 것 같다며 엄 전 총재의 전날 증언내용을 달리 해석했다.



윤영찬 김승련 yyc11@donga.com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