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횡설수설]우리가 버린 아이

Posted March. 29, 2001 11:11,   

日本語

작년에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된 어린이는 1592명. 그중 국외 입양은 1065명이며 국내입양은 527명이라고 한다. 국내입양이 국외입양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더 부끄러운 것은 미숙아 등 이른바 장애아의 입양실적이다. 작년의 경우 국외로 입양된 장애아는 423명인데 비해 국내에서 장애아를 입양한 것은 한두 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요즈음 국내입양은 그야말로 건강한 아이들만 누리는 행운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러나 국외 입양이라 해도 장애아의 입양길은 여전히 어렵다. 정상아동은 보통 5, 6개월만 지나면 외국인 부모를 만나게 되는데 장애아는 옳게 치료도 받지 못한 채 1, 2년을 국내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아무리 선천적 장애의 굴레를 쓰고 태어났어도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면 정상인의 대열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의 장애아들은 그런 기회마저 잃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다음달 5일 서울 잠실야구장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시구를 하기로 한 애덤 킹 군(9)은 네 살 때 미국인 찰스 로봇 킹과 도나 부부의 3번째 양자로 입양됐다. 애덤은 중증 장애아인데도 양부모의 헌신적인 노력 탓에 해말간 웃음을 되찾은 우리가 버린 아이다. 킹씨가 키우고 있는 또다른 장애아 피터(8)도 우리가 버린 아이다. 홀트아동복지회에 따르면 92년 12월 태어나자마자 맡겨진 피터는 친부모가 모두 정신지체 환자여서 그들의 손에 자라기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90년대 중반부터 국외입양을 매년 5%씩 줄여 나가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성문화의 문란으로 버려지는 아이들은 매년 늘고 있다. 그렇다고 국내입양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니 큰 문제라고 한다. 6명의 장애아 등 모두 8명의 입양아를 키우고 있는 킹씨부부가 작년 10월 국내신문과 한 인터뷰 내용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그냥 따랐습니다. 장애아들은 그만큼 더 사랑의 손길이 필요하지요. 장애아를 쉽게 포기하고 입양을 꺼리는 한국인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남찬순/논설위원 chans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