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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김정은-정의용은 거짓말쟁이”

폼페이오 “김정은-정의용은 거짓말쟁이”

Posted March. 26, 2019 09:03,   

Updated March. 26, 20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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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해 잇달아 ‘거짓말쟁이(liar)’라고 지칭하며 불편한 감정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회담 후 남북미 간에 잇따라 터져 나오고 이상 기류는 합의 결렬로 인한 것이라기보단 정상회담 전부터 워싱턴이 남북에 대해 각각 가져 온 불만과 불신이 누적됐다가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12월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아버지 부시) 장례식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라이어’다. 도대체 믿지 못할 인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는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이 다시 피어오르던 시점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우리는 ‘보텀 업’(실무 선에서 합의를 만들어 정상급에서 결정)으로 하려고 해도 그(김 위원장)는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만나서 쇼만 하려고 한다. 그게 비핵화 협의를 망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 발언을 확인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미국에서 김정은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강하다는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닌 데다 공식 회담이 아닌 자리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건 이상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 후 한국 정부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정 실장을 언급하며 역시 ‘라이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이 지난해 방북해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백악관에 전달했지만, 정작 북측이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데 대해 ‘정 실장의 메시지가 거짓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12월 정부 관계자들과의 대화에서 한국 정부의 남북 경협 추진 등을 거론하며 “비핵화 진전이 없는데 한국이 너무 나간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선 하노이 회담 후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도 한미 정상회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불신과 오해가 쌓이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폼페이오 장관과의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과의 일정이 조율되는 대로 이르면 주중에도 개최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 문병기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