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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스팸전화 거는 AI 로봇

Posted March. 20, 2019 08:43,   

Updated March. 20, 20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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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전 본보 기자의 스마트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젊은 중국 여성이었다.

 “다음 주식 거래 때 무료 문자로 (좋은) 주식을 추천해 드립니다.”

 “관심 없다”고 말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고 싶으면 위챗(중국의 카카오톡 격) 친구를 맺자. 휴대전화 번호가 위챗 계정과 같으냐”며 판촉을 이어갔다. ‘어느 회사냐’는 물음에 “○○증권”이라고 답했다. 분명 여성의 목소리였지만 톤이 한결 같고 기계적인 느낌이 묻어났다.

 기자가 “그쪽 로봇이죠?”라고 물었다.

 “저는 왕(王) 씨입니다. 왕 양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마지막 대답조차 당황한 기색 없이 같은 톤으로 이어갔다.

 사람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낸 인공지능(AI) 로봇의 스팸전화가 중국 전역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진짜 사람 목소리와 구별하기 어려운 AI 로봇 스팸전화가 부동산, 대출, 주식, 자동차 판매 등에서 날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CCTV 기자가 젊은 여성 목소리의 AI 로봇과 대화를 해봤다.

 “(대출) 자금이 얼마나 필요하세요?”(AI 로봇)

 “200만 위안(약 3억3000만 원)요. 있나요?”(CCTV 기자)

 “좋습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전에 업체를 운영하셨나요? 직장인이신가요?”

 “현재 직장인입니다.”(CCTV 기자)

 인간의 대화와 별 차이가 없었다. 한 AI로봇 개발업체는 “수천 대의 로봇이 있다.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린즈링(林志玲)의 목소리를 모방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린즈링은 중국에서 인기 있는 대만 여배우다.

 AI 로봇이 스팸전화 시장을 접수하면서 스팸전화 발생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스팸전화 AI 로봇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사람은 한 명이 하루에 전화를 300∼500건 거는 데 그치지만 로봇은 한 대가 1000∼5000여 건을 건다. 한 업체 관계자는 CCTV에 “(자사) AI 로봇이 건 스팸전화만 1년간 40억 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더 충격적인 것은 AI 로봇이 훔친 개인정보를 이용해 스팸전화를 건다는 점이다. 스팸전화 업체 직원들은 스마트폰과 기지국 사이의 전파 신호에 침투해 수신자들의 각종 정보를 빼낼 수 있는 ‘탐측 단말기’를 이용했다. 탐측 단말기를 이용하면 해당 스마트폰 이용자의 성별, 연령, 스마트폰 기종 등은 물론이고 이용자가 평소 인터넷으로 무엇을 검색하는지,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자주 사용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 단말기를 사용하는 부동산 업체 직원은 “전국 6억 명의 휴대전화 이용자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CCTV 취재진은 이 단말기를 통해 개인정보를 훔치는 과정을 포착했다. 단말기 주변 82.5∼90m 지점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이 결혼해 월세를 산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그의 소득과 교육 수준까지 나왔다. CCTV가 보도한 업체의 단말기만 중국 전역에 3만 개 이상이다. 쇼핑몰, 슈퍼마켓, 편의점, 빌딩 등에 숨겨두고 행인들의 스마트폰에서 개인정보를 빼갔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