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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북 초청…北 종교•인권 상황 개선 논의 기폭제 돼야

교황 방북 초청…北 종교•인권 상황 개선 논의 기폭제 돼야

Posted October. 11, 2018 08:21,   

Updated October. 11, 201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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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 교황의 첫 방북이 추진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평양 정상회담 때 교황방북을 제안하자 김정은이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유럽순방 때인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정은의 방북 초청 제의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교황청이 방북 초청을 수락할지는 확실치 않다. 교황은 원칙적으로 카톨릭 사제가 없는 곳을 방문하지 않는다. 1991년 사회주의 체제 붕괴 때 북한이 교황 방북을 추진했지만 당시 교황청이 진짜 신도를 데려오라 요구해 무산됐고, 2000년에도 김대중 대통령이 비슷한 제안을 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4·27 판문점정상회담 직전 “남북대화가 결실을 보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공표할 만큼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깊다. 교황은 2014년 미국과 쿠바가 적대관계를 청산하는데도 특별한 역할을 한 바 있다.

 김정은의 교황초청은 올 초부터 시도해온 정상국가화 행보의 일환으로 보인다. ‘종교의 자유가 있으며 평화를 추구하는 정상국가’인 것처럼 포장함으로써 고립된 핵 도발 국가 이미지를 탈색시켜 대북제재의 완화를 염두에 뒀을 것이다. 김정은의 의도가 무엇이든 교황의 방북이 이뤄지면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 인권과 종교 탄압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한 대내적으로도 공개처형, 암살 같은 노골적인 공포정치를 제어하는 압박 효과가 생길 것이다.

 다만 교황 방북 논의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 문제는 다른 갈등·분쟁지역과 다른 특수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오랜 적개심이나 편견 등에 의해 평화가 사라진 다른 분쟁 지역에서는 조건 없는 화해와 사랑의 메시지가 평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는 북한의 핵개발에 평화가 볼모로 잡혀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을 간과한 채 무조건적인 화해와 관계개선 만을 강조하면 핵무장한 북한을 인정하고 공존하라는 왜곡된 메시지로 변질될 수 있다.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신중히 추진돼 성사된다면 지구상 최악의 인권 탄압국인 북한에 인권의 빛이 비춰지고 종교자유의 싹이 트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