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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안 태어나 좋았다’

Posted May. 29, 2017 09:04,   

Updated May. 29, 20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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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매회 맛집을 찾아가 ‘먹방’을 펼친다. 주인공의 입맛은 범(凡)세계적이다. 일식은 물론 한국 중국 브라질 등 세계 곳곳의 음식을 가리지 않고 즐긴다. 그랬던 그가 일본차와 붕어빵을 먹으며 말한다. “일본인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다.” 이는 다른 드라마 만화에도 종종 등장하는 일본인의 단골 멘트다.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안 태어나 좋았다’는 제목의 책이 출간됐다.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2010∼2012년)가 쓴 책이다. 작년 12월 “위안부를 강제 연행한 증거는 없다”고 망언을 하더니 올 2월엔 같은 타이틀의 온라인 칼럼을 발표해 논란을 빚었던 당사자다. 책의 내용 역시 가관이다. 저주의 예언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을 ‘최악의 대통령’ ‘친북반일 포퓰리스트’으로 낙인찍었다. 탄핵과 정권교체와 관련해 “이성보다 감정으로 움직이는 (한국인의) 나쁜 면이 나왔다”고 썼다.

 ▷그동안 무토 전 대사는 4차례나 한국에서 근무한 지한파 외교관으로 ‘잘못’ 알려졌다는 점에서 배신감이 더 크다. 2011년 그는 대사관 홈페이지에 “한국은 일본의 진정한 친구”라는 글을 올렸다. 동일본대지진 참사 때 ‘마치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가 피해를 입은 듯’ '자발적으로 일본을 돕기 위한 지원활동을 펼치는’ 한국 국민의 온정에 매우 감격했다면서. 2012년 국내 대학의 석좌교수로 초빙됐을 때 그는 “일본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에도 일본을 제대로 알리는 한일교류의 가교 역할”을 들먹였다. 그가 생각하는 ‘가교의 역할’이 이런 것인지 궁금하다.

 ▷일본인의 ‘다테마에(建前·겉모습)’와 ‘혼네(本音·속마음)’가 다르다는 것이야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소위 ‘한국통’으로 유명했던 전직 외교관이 스스로 가면을 벗고 드러낸 미성숙한 정신세계와 비틀린 심성을 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소위 엘리트 계층의 자질이 이 정도 수준인가. ‘21세기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가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