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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끓는 지구

Posted July. 26, 2016 07:02,   

Updated July. 26, 2016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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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가 펄펄 끓고 있다. ‘열돔(heat dome) 현상’ 때문이다. 대기권 중상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거나 서서히 움직이면서 열을 가둬 마치 뜨거운 돔(반구형 지붕) 아래 대지를 가둬 놓은 듯한 이상 고온 현상이다. 미국 26개 주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최고온도가 섭씨 46.1도를 기록했다. 상하이를 비롯한 저장 성과 푸젠 성 등 중국 동남해안지역 기온도 40도를 오르내린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5일 “올해가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한반도도 마찬가지다. 금년 5월 평균기온은 18.6도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고 6월 평균기온도 22.3도로 역대 3위다. 7월 들어 20일까지 평균기온 역시 24.3도로 평년(23.8도)보다 높았다. 온난화와 슈퍼 엘니뇨에다 태평양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고기압을 타고 한반도로 올라와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집중호우가 내릴 것이라던 예보와는 달리 달궈진 대지를 식혀줄 장마는 소식이 없다.

 ▷영국 글러모건대 랜스 워크맨 박사는 열기가 뇌의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폭력성을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뇌가 뜨거워지면 체온을 조절하는 시상하부에서 아드레날린 분비가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길 일에도 짜증이 폭발하는 까닭이다. 역사상 대다수의 폭동이 평균 기온 23∼31도 때 일어났다. 미국에서 최근 흑백충돌이 일어난 것도 더위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31도가 넘으면 싸우는 것도 귀찮아선지 사건사고도 잘 안 일어난다.

 ▷“없는 사람에겐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 사람들은 겨울이 좋습니다.” 칼잠을 자는 교도소에서 여름은 옆 사람을 증오하게 만든다고 신영복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말했다. 실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추위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다. 미국 폭스뉴스는 폭염 속 에너지를 북돋우는 방법으로 아침을 꼭 먹고, 물을 자주 마시며, 식사는 적은 양을 자주 들고 가벼운 산책을 하라고 권했다. 에어컨 바람만 쐬지 말고 반바지 차림으로 공원에 나가 보라는 얘기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