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권상황 왜곡전달” 우려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50분


코멘트
4박5일간 진보단체들만 접촉
레위 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 어제 방한
민노총-전교조와 토론 예정
“일정 안맞아” 정부면담 거절

한국의 인권 및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12일 방한한 유엔의 특별보고관이 방한 기간에 진보적 성향의 단체들만 접촉하면서 법무부의 면담 요청은 거절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선 “유엔 특별보고관이 진보적이고 좌파적인 단체나 인사들만 접촉할 경우 한국의 인권 상황이 국제사회에 편향되게 알려질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엔의 프랑크 레위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은 이날 4박 5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13, 14일 국내에서 국제인권네트워크 등이 주최하는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레위 특별보고관은 과테말라 출신으로 지난 25년간 인권운동을 해왔으며 2004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이 국내 단체의 초청으로 방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95년에는 아비드 후세인 특별보고관이 공식 업무차 방한했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이 지난해부터 국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레위 특별보고관에게 서신을 보내면서 심포지엄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참석하는 심포지엄에는 민주노총, 참여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언론노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언론소비자주권 등의 단체가 참여해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행사를 준비하는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차은하 간사는 이날 통화에서 “사이버상에서 국가로부터 인권이 침해된 사례 등을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레위 특별보고관은 15일 한겨레신문과 인터뷰를 한 뒤 언론노조 및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관계자들과 면담을 한다. 그는 공식 일정 이외에도 노마 강 무이코 국제앰네스티 조사관,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임기란 전 민가협 상임의장, 이태봉 언소주 온라인 카페 개설자, ‘미네르바’ 박대성 씨, 동훈찬 전교조 정책실장 등과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레위 특별보고관 측은 법무부의 면담 요청은 거절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레위 특별보고관이 방한 기간에 국내 표현의 자유 및 인권 상황과 관련해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만 들을 것으로 우려돼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설명을 하기 위해 면담을 추진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고 말했다. 차 간사는 “다른 일정은 심포지엄 주최 측에서 정했지만 법무부의 면담 요청은 레위 특별보고관 측에 직접 전달됐으며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

1993년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로 신설된 공식 직제. 국제 인권 분야에서 상당한 권위를 인정받으며 국제기구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리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의결로 선출된다. 특별보고관은 유엔이 진정을 접수하면 해당 정부에 긴급호소문을 전달하거나 해명 또는 시정을 요청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직접 견해를 밝히거나 현지 실사를 통해 권고를 하기도 한다. 프랑크 레위 씨는 지난해 8월 특별보고관으로 선임됐다.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