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끓는 약대 유치전 ‘몸살 경보’

  • 입력 2009년 10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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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 인원 등 놓고 지역 대학간 갈등
시의회-시민단체도 가세 후유증 우려

지난달 23일 인천 연수구의 한 호텔 커피숍. 가천의과학대와 인천대, 인하대 총장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게 의논했다. 이 대학들은 7월부터 일찌감치 약학대 유치에 나선 상태. 그러나 최근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에 새로운 캠퍼스 설립을 추진하는 연세대가 슬그머니 약대 설립에 끼어들자 이를 비난하며 연합전선을 펴기 위해 이날 모인 것. 1시간여 대화를 나눈 뒤 헤어진 이들은 닷새 뒤 다시 같은 호텔에서 만나 ‘3개 대학 총장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연세대를 겨냥해 “대학 신설 인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약대 설립을 추진해 인천시의회와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며 “인천에 배정된 약대는 정부의 지역균형 배정기준 원칙에 따라 인천지역 대학에 배정되도록 공동 대응하겠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6월 약대 정원을 2011학년도부터 390명 늘리기로 결정함에 따라 전국 4년제 대학들이 일제히 약대 신설에 나서면서 유치전이 과열되고 있다. 정부는 약대가 없었던 대구, 인천, 경남, 전남, 충남 5개 시도에 50명씩 총 250명의 정원을 우선 배정해 이들 지역에도 약대 신설이 가능해졌다. 나머지 140명은 약학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 증원 배정했다. 경기지역이 100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이 20명, 대전과 강원이 각각 10명이다.

○ 약대 신설 경쟁하는 이유는

정부는 약대 신설 및 증원을 추진하는 전국 대학의 신청서를 받아 심사를 통해 12월까지 확정할 방침이어서 각 지역의 대학들은 저마다 장점을 내세우며 사활을 걸고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다. 이는 올해부터 4년제였던 약대 학제가 ‘일반학부 2년+약학부 4년’의 6년제로 바뀌어 약대를 가진 대학은 어느 대학, 학과 출신이든 상관없이 2학년 과정을 마친 학생을 자기 대학의 약대로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는 우수한 이공계 학부 졸업생들이 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대거 몰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수한 학부 재학생들이 앞 다퉈 약대를 지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올해와 내년에 기존의 약대들이 신입생을 뽑지 않기 때문에 2013, 2014년에 전국적으로 약사 공급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약대 신설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다.

○ 어느 대학이 뛰나

대구에서는 경북대, 계명대, 대구한의대 등이 약대를 신설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북대와 계명대는 본교가 대구에 있는 대학에 정원을 배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경북 경산시에 본교가 있는 대구한의대는 대구한방병원 터에 약대를 유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정부에 낼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다.

경남도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경상대는 의과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을 운영하는 국립대에 약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인제대는 보건의료 특성화 대학을 강조하고 있으며, 한국국제대는 지난해부터 창원의 한 종합병원과 공동으로 약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국립대인 목포대와 사립대인 동신대가 맞붙고 있다. 목포대는 지난달 목포시, 전남대병원, 목포시립의료원과 ‘약대 실무실습 및 교육 훈련과 연구를 위한 협력협정’을 체결하고 유치에 나섰다. 동신대는 한의대와 간호학과, 한약재산업학과, 물리치료학과 등 보건의료계열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원 배정에서 제외된 서울지역 대학들이 정원을 다시 조정해 서울에도 정원을 나눠줘야 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가장 많은 증원이 배정된 경기지역 대학들이 반발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약대 설립과 증원에 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 엄격하게 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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