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서울대 입학 김찬영 씨의 삼수 성공 스토리<下>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6분


《“서울대에 들어와 ‘나 중고교 시절 전교 1등 해봤다’고 얘기하면 ‘바보’ 취급을 받거든요. 그만큼 공부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죠. 하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전교 1등을 해본 적이 없어요. 한때 내신은 전교 142명 중 85등이었고, 수능 모의고사는 300점도 안 나왔죠. 제가 서울대에 올 수 있었던 건 꿈이 있었고,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안되면 될 때까지… 한달 씨름한 문제도 있었죠”

삼수 끝에 서울대 사범대 윤리교육과에 입학한 김찬영 씨(23·사진)의 성공 스토리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김 씨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전 자기 수준을 진단하고 과목별 공부법을 분석해 적용했다. 한 문제도 허투루 넘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개념이해부터 문제풀이까지 무섭도록 철저하게 실행한 결과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 모두 1등급을 받았다.

○ 언어 → 소설, 교양서적, 시 읽으며 온몸으로 느껴라

“공부 안 해도 항상 언어영역 성적이 잘 나오는 친구들 있죠? 반면 해도 안 되는 사람도 부지기수고요. 왜 그럴까요?”

김 씨는 해답을 ‘독서’에서 찾았다. 모의고사 언어영역에서 5등급을 받았던 김 씨가 주변 ‘언어(영역)의 달인’들을 분석해보니, 평소 책을 많이 읽은 친구들은 따로 문제집을 풀지 않아도 지문을 읽고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훈련이 돼 있었다. 반면 기본적인 읽기능력이 없는 친구들은 ‘감’으로 찍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김 씨는 “언어는 단시간에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서 “꾸준한 독서로 글을 보는 안목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수, 삼수시기에 김 씨는 매일 1시간 책을 읽었다. 문학은 현대문학소설을 중심으로, 비문학은 역사, 사회, 철학, 심리학 분야의 교양서적을 주로 읽었다. 다양한 책을 지속적으로 읽으니 독해 속도가 빨라지고 언어 점수가 오르는 것을 경험했다.

“수능을 앞두고 학원이나 인터넷강의에서 ‘문학작품 총정리’를 시작해요. 마음이 다급해진 학생들은 강의에 빠져들죠. 그런데 그 많은 작품을 짧은 시간에 모두 공부하려 하는 게 과연 효율적일까요? 시험에선 무슨 작품이 나올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김 씨는 어떤 작품이 출제돼도 감상할 수 있는 근본적인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소설을 꾸준히 읽었다. 읽다보면 등장인물, 인물 간 관계, 진행되는 사건이 파악되면서 자연스럽게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게 됐다. 시문학은 문제를 풀기 전에 한 편씩 천천히 음미했다. ‘이 시에서 말하는 바가 무엇인가’ ‘이 단어는 시에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를 생각하며 읽었다.

문제 푸는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전반적인 ‘감’을 익히는 데 주력했던 김 씨도 고전 문학은 따로 공부했다. 생소한 고어(古語)가 많기 때문이다. 김 씨는 EBS 고전문학기본서와 오감도시리즈(신사고)로 어휘를 공부하고 지문을 해석했다.

○ 수리 → 4등급 이하라면 ‘개념’에, 1등급 목표라면 ‘발상’에 주력하라

김 씨는 고1 모의고사 때 25점이던 수리영역 점수를 결국 100점까지 끌어올렸다. 한때 인터넷 강의와 학원수업을 듣고선 전부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실전에선 스스로 문제를 풀지 못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반복한 끝에 ‘개념’을 완벽하게 익히고 ‘발상’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학이 40, 50점대였을 땐 개념이 엉망이었어요. 기본개념으로 풀 수 있는 3점짜리 문제를 틀리니까 4등급을 벗어날 수 없었죠.”

김 씨는 교과서부터 집어 들었다. 고난도 문제는 없지만 개념이해를 위한 충분한 설명과 문제가 수록돼 기본서로 손색이 없었다.

2006년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김 씨는 수학 71점을 받았다. 틀린 문제를 살펴보니 문제와 관련된 개념을 몰라서가 아니라 개념을 문제에 적용하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임을 알았다. 수학의 개념과 문제 사이를 이어주는 고리인 ‘발상’에 문제가 있었다. 발상의 문을 열기 위해 김 씨가 세운 원칙은 ‘끊임없이 많은 문제를 풀자. 안 풀리는 문제는 풀릴 때까지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안 풀리는 문제는 일단 10∼20분까지 투자하고, 그래도 안 풀리는 문제는 별도 표시를 한 뒤 다음날 다시 봤다. ‘오늘 안 풀렸는데 내일이라고 풀릴까’라는 의구심은 갖지 않았다. 김 씨는 “일단 개념이 확실하게 잡혀 있다면 다음 순간에라도 문제 푸는 방법이 떠오르게 마련”이라면서 “짧게는 사흘, 길게는 한 달 만에 푼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 외국어 → ‘어휘-문법-독해-듣기’ 순으로 완성하라

“단어는 건물의 틀을 잡는 철근 공사와 같아요. 기초공사를 소홀히 한 채 성급하게 문제를 풀면 성적이 오를 수가 없죠.”

김 씨는 어휘 기본서에 대한 공부만으로 5등급이던 외국어영역을 3등급까지 끌어올렸다. 김 씨가 공부한 ‘능률 voca’ 어원편 교재는 60일 분량으로 나뉘어 있었다. 먼저 하루 분량을 절반으로 나눠 이틀에 걸쳐 외웠다. 아침, 점심, 저녁에 15∼20분씩을 투입했다. 이튿날엔 전날 외운 단어를 다시 보고 당일 분량을 외웠다. 3일 후 복습할 때는 특히 안 외워지는 단어에 표시를 했다. 그리고 5일 후엔 표시한 부분만 다시 외웠다. 독해 문제집 지문에 나오는 단어 중 모르는 것은 형광펜으로 표시하고 단어 암기시간에 복습했다.

“it∼to 진주어·가주어 구문이 등장했어요. it을 보는 순간 to에 자동으로 눈이 가야 하는데 문법을 모르면 해석하기가 애매하죠.”

단어를 마무리한 김 씨는 문법을 공략했다. 문장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문법학습이 필요했다. 3∼4개월 동안 ‘맨투맨기본영어 1, 2’로 문법 기초를 쌓았다. 김 씨는 “문법은 실제 수능에서 2, 3개 문제가 출제되지만 외국어 1등급을 만들어준 1등 공신”이라면서 “문법을 공부하면 독해지문을 봤을 때 느낌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독해는 하루 3, 4지문을 풀었다. 무조건 많이 푸는 대신 지문 안에 있는 단어, 문법, 문장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답이 도출되는 과정을 짚어보는 데 주력했다. 틀린 문제에는 절대로 정답을 표시하지 않았다. 형광펜으로 표시한 뒤 2주 뒤 다시 풀었다.

마지막 단계는 듣기다. 김 씨는 “듣기는 독해지문을 귀로 읽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휘, 문법, 독해의 기본이 되어야 잘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침 식사 후 30분 동안 매일 듣기연습을 했다. MP3 플레이어에 EBS 고교 영어듣기 시리즈를 담은 뒤 구간반복 기능을 사용해 안 들리는 부분을 반복해 들었다. EBS 듣기를 마무리하고 나선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영어듣기 파일을 통해 실전처럼 문제를 풀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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