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는 ‘떡볶이 논쟁’

  • 입력 2009년 6월 29일 02시 59분


민주 이석현 의원 “대통령이 간 집 손님 안온다”

한나라 “서민에 저주 퍼부은 막가파 발언” 발끈

이명박 대통령의 친(親)서민 행보가 여야의 ‘떡볶이 논쟁’으로 번졌다. 이 대통령이 25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떡볶이 집을 방문한 데 대해 민주당이 야유 섞인 비난을 하자 한나라당이 이를 성토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26일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을 하겠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근원적 처방이란 게 이미지 관리더라”며 “이 대통령께 말씀드린다. 떡볶이 집에 가지 마시라. 그 집에 손님 안 온다. 아이들 들어올리지 마시라. 애들 경기(驚氣)한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일부 인터넷 매체가 “대통령이 떡볶이 집 가면 그 집 망한다고 이 의원이 얘기했다”고 보도하자 한나라당은 발끈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27일 논평에서 “이 의원이 막가파 식 발언을 하고 서민들에게 저주를 퍼부었는데 이런 저질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도 환호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이 의원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나라당이 (내 발언을) 왜곡해서 내가 서민을 저주한 것처럼 말했다”며 “한나라당은 생사람 잡지 말고 마땅히 그 논평을 철회하고 정중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28일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의원은 ‘대통령이 들른 떡볶이 집이 망할 것’이라는 악담을 퍼붓고 보육원에서 안아 준 아이가 경기를 일으킬 것이라는 입에 담을 수 없는 표현을 했다”며 “의원에겐 발언의 자유가 있지만 상식을 벗어난 저주와 악담은 구분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이 들른 떡볶이 집 아들이라고 밝힌 박모 씨(27)는 26일 한나라당 대변인실에 e메일을 보내 “우리 가게가 망한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에 저런 망언이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정치적 발언과 행보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27일에도 e메일을 보내 “이 의원의 발언은 ‘망할 것이다가 아니라 손님 떨어진다’ 이것이었죠?”라면서 “제 주관적 견해로 보면 별반 차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의 e메일은 한나라당 대변인실이 공개한 것이다. 당 관계자는 “박 씨가 26일 한나라당에 전화를 해 e메일을 보내고 싶다고 해 대변인실 e메일 주소를 알려줬다”며 “여러 경로로 박 씨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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