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릉 ‘500년 숨결’ 세계가 함께 지킨다

  • 입력 2009년 6월 29일 02시 59분


조선왕릉 40기 세계문화유산 지정… 내달 12일까지 무료 개방 문화재청은 조선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해 7월 12일까지 서울과 경기, 강원 영월군 일대 조선왕릉을 무료 개방한다. 28일 경기 구리시 동구릉(태조의 능 건원릉 등 9기가 모여 있는 곳)의 목릉(선조와 원비 의인왕후, 계비 인목대비의 능)에서 현장 학습을 나온 학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구리=김미옥 기자
조선왕릉 40기 세계문화유산 지정… 내달 12일까지 무료 개방 문화재청은 조선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해 7월 12일까지 서울과 경기, 강원 영월군 일대 조선왕릉을 무료 개방한다. 28일 경기 구리시 동구릉(태조의 능 건원릉 등 9기가 모여 있는 곳)의 목릉(선조와 원비 의인왕후, 계비 인목대비의 능)에서 현장 학습을 나온 학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구리=김미옥 기자
40기 세계문화유산 지정

조선왕릉의 가치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여에 불과했다.

27일 오전(한국 시간)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제3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장.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평가하는 비정부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조선왕릉에 최고 등급인 ‘등재 권고’ 평가를 내린 사유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5분의 설명 이후 호주 등 4개국 위원의 지지 발언이 이어지자 마리아 세군도 위원장은 “모두 조선왕릉의 가치를 인정하니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심의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었던 문화재청 채수희 서기관은 28일 “논란이 되는 유산의 경우 3시간 이상 심의가 이어질 때도 있다”며 “조선왕릉은 위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15분 만에 끝났다”고 말했다.

조선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의 반열에 올랐다. 500년 동안 지속된 왕조의 무덤이 고스란히 보존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이로써 한국은 종묘 창덕궁 경주역사유적지구 등 8건의 세계문화유산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등 1건의 세계자연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조선왕릉은 경기 일대와 강원 영월군에 조선시대 27대 왕과 왕비, 사후에 추존된 왕과 왕비의 능 40기가 남아 있다. 왕의 무덤이지만 폐위돼 대군묘로 조성된 연산군묘와 광해군묘, 북한 개성에 있는 제릉(태조의 비 신의왕후의 능)과 후릉(정종과 정안왕후의 능)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선왕릉은 조선의 역사, 건축양식, 미의식, 생태관, 철학이 담긴 문화의 결정체로 자연 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경관 때문에 ‘신(神)의 정원’이라 불린다. (본보 2008년 7월 23일∼10월 8일 ‘숨쉬는 조선왕릉’ 10회 시리즈 참조)

조선왕릉 40기 전체에서 매년 제례가 이어져 왕릉이 박제된 옛 유산이 아니라 현재에 살아 숨쉬고 있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왕릉의 조성 과정 관리일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조선의 수준 높은 기록문화도 보여준다. 특히 2007년 한국을 찾은 ICOMOS 관계자들은 “도심 속에서 개발 압력을 견디고 녹지가 이렇게 잘 남아 있는 것만으로 세계유산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일대 조선왕릉의 녹지를 모두 합친 면적은 1935만3067m²에 이른다.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의 복원, 보존 관리 의지를 세계유산 지위의 유지에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고 있어 도시화 과정에서 훼손된 조선왕릉의 원형 복원이 과제로 떠올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27일 등재 결정문에서 왕릉 주변 개발 완충 지역 내 개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라고 권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세비야에 파견된 한국대표단(단장 이건무 문화재청장)에 축전을 보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