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의혹’ 재수사… 김씨 입 열까

  • 입력 2009년 6월 26일 02시 51분


김씨 일본서 강제송환 추진
日언론 “도피중 제3국행 시도”
접대 시인땐 메가톤급 파장
경찰 “수사대상 일단 13명”

경찰이 사실상 중단됐던 탤런트 장자연 씨 자살사건 수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3월 7일 장 씨가 숨진 지 110일, 4월 24일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지 62일 만이다. 경찰은 24일 일본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힌 장 씨의 소속사 전 대표 김모 씨(41)의 신병이 한국에 인도되는 즉시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는 25일 “김 씨가 입국하면 김 씨와 입건 또는 입건 후 참고인 중지된 8명, 내사 중지된 4명 등 13명에 대한 수사를 재개할 것”이라며 “김 씨와의 대질을 통해 진술의 진위를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특히 “(혐의가 없어) 내사 종결된 대상자도 김 씨의 진술 내용에 따라 다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전면 재수사에 나서는 셈이다.

○ 이르면 1∼2주 내 송환도 가능

일본에서 도피 중이던 김 씨는 24일 일본 경찰에 붙잡혔다. 김 씨의 지인이 이날 오후 일본에 입국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일본 경찰이 미행 끝에 오후 5시 반 도쿄 시내 P호텔 로비에서 김 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특히 김 씨는 도피생활 중 주일 외국 대사관들에 전화를 걸어 “다른 나라로 이주하고 싶다”며 제3국행을 타진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분당경찰서는 4월 중순 김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일본 측에 요청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면 신병 인도까지는 최장 3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경찰은 김 씨의 신병을 가능한 한 빨리 넘겨받기 위해 강제송환 절차를 협의 중이다. 강제송환이 결정되면 한국 경찰이 일본으로 가서 신병을 인수할 계획이다. 그러나 김 씨가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 강제송환 여부는 1∼2주일 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김 씨 입에 달렸다

김 씨 검거로 앞으로 재개될 수사에서 장 씨 자살을 둘러싼 의혹이 어디까지 규명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씨 체포로 수사 대상이 되는 인물은 모두 13명. 이들은 김 씨의 강요로 술자리에 합석한 장 씨로부터 접대를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사가 “장 씨와 술자리에 합석한 적은 있으나 강요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예 장 씨와 만난 사실 자체를 부인한 경우도 있다. 김 씨가 경찰 조사에서 털어놓을 진술 내용에 따라 이들의 거짓 여부가 드러나게 된다. 특히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유력 인사들 술자리 접대 및 ‘성 상납’ 의혹 중 일부가 사실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김 씨가 아예 입을 닫을 경우 수사 자체가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혐의 사실이 수사 대상자들의 진술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김 씨와 관련 인사들의 대질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방침이다.

○ 관련 인사들 “할 말 없다”

김 씨의 검거 사실이 알려진 뒤 장 씨 주변 인사와 수사를 받았던 당사자들은 대부분 외부와 접촉을 끊는 등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장 씨의 오빠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씨 검거에 대해)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장자연 문건’을 처음으로 유출한 매니저 유장호 씨도 이날 내내 ‘업무 중’이라는 이유로 직원에게 휴대전화를 맡긴 채 취재를 피했다. 장 씨의 소속사 동료로 일부 술자리 접대 사실을 진술한 A 씨 역시 심경을 묻는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김 씨가 들어오면 우선적으로 재수사를 받을 대상자들도 말을 아꼈다. 내사 중지된 감독 G 씨는 “경찰 수사에서 필요하면 대질도 해야 하는 것이니 상관없다”고 말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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