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드라마 제작사 삼화네트웍스 신현택 회장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최근 한일 합작 드라마 ‘텔레시네마’를 제작한 삼화네트웍스 신현택 회장은 “아시아 각국이 공동 투자해 제작한 ‘킬러 콘텐츠’를 각국에서 배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배우와 방송사, 제작사가 공생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추지 않으면 한류는 고사한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최근 한일 합작 드라마 ‘텔레시네마’를 제작한 삼화네트웍스 신현택 회장은 “아시아 각국이 공동 투자해 제작한 ‘킬러 콘텐츠’를 각국에서 배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배우와 방송사, 제작사가 공생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추지 않으면 한류는 고사한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한류는 열 걸음 중 다섯 걸음 정도는 낭떠러지 가까이에 와 있습니다. 요즘은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지상파에서 바로 방송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위성방송채널을 거쳐 인기를 모은 것만 지상파에서 방송됩니다.” 국내 드라마 제작을 이끌어 온 삼화네트웍스의 신현택 회장은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회사 사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한류 드라마’에 대해 쓴소리부터 했다. 》

“한국이 드라마 제작 허브돼야 한류가 산다”

‘일본 작가+한국 감독’ 텔레시네마 7편 완성

지상파 3사 독과점이 영상산업 발전 해쳐

그는 1987년 ‘TV문학관’(KBS)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드라마 외주 제작을 시작했으며 2000년 ‘불꽃’(SBS)으로 드라마 해외 수출의 길을 열었다. ‘목욕탕집 남자들’(1995년·KBS) ‘명성황후’(2001년·KBS) 등 히트작을 잇달아 내놓았으며 지난해에도 ‘엄마가 뿔났다’(KBS)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신 회장은 “히트작을 내긴 하지만 드라마 제작 현실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며 “드라마 제작사가 방송사에서 받는 제작비는 그대로인데 스타 출연료 등에 거품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화네트웍스는 최근 일본 TV아사히와 공동 투자로 일본의 드라마 작가가 극본을 쓰고 한국의 PD가 연출하는 작품당 2시간짜리 한일 합작 드라마 ‘텔레시네마’ 7편을 만들었다. 7편이 독립된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텔레시네마’는 극장과 TV에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일본 드라마 ‘하얀 거탑’의 작가 이노우에 유미코와 한국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이장수, ‘호텔리어’의 장용우 PD가 참여했다. 한일 양국의 극장에서 개봉한 뒤 10월경 SBS와 TV아사히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양질의 드라마를 만들려면 아시아 투자자를 끌어들여 공동 제작한 뒤 각국에 배급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이 드라마 제작의 허브가 되어야 한류가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텔레시네마도 섬세한 일본 작가와 흥미로운 연출을 하는 한국 감독들이 결합해 상승작용을 일으켜보자는 취지입니다.”

신 회장은 한류의 관건으로 아시아 현지의 문화와 대중의 취향을 반영하는 콘텐츠의 현지화 전략을 꼽았다. 현지화 전략을 통해 공동투자와 선(先) 판매를 이끌어내면 안정적인 드라마 제작 환경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 회장은 KBS MBC SBS 등 국내 지상파 3사의 독과점 체제가 드라마를 비롯한 영상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지상파 3사의 독과점 체제에서는 제작사들이 콘텐츠를 만들어도 편성시간을 잡기 어려워 제작사 간 과잉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방송 콘텐츠 등 영상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방송사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논란에는 관심이 없으나 콘텐츠는 유통 경로가 많아야 생산이 활발해집니다. 미디어 관계법이 통과되면 문화 영상 콘텐츠산업이 21세기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 회장은 드라마 스타들의 고액 출연료에 대해 “한류 스타를 중심으로 턱없이 오른 출연료 때문에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아도 제작사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는 함께 망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배우 방송사 제작자들이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스타급 배우라도 거액의 개런티로 캐스팅을 제안하는 게 아니라 드라마의 특징, 배역의 캐릭터 등을 조건으로 내세운다.

신 회장은 대학 졸업 뒤 영화 ‘낙엽’(1968년·신성일 문희 주연) 등에 투자하다가 1980년 한국 최초의 비디오프로덕션인 삼화비디오프로덕션을 설립했다. “비디오 판권을 수입하다 보니 외국에서는 프로덕션이 제작해 방송사에 납품하는 시스템이 정착했더군요. KBS에 드라마를 제작해 보겠다고 제안해 ‘TV문학관을’ 만들었습니다. 88올림픽 때는 우리가 만든 춘향전 심청전 배비장전이 위성을 통해 세계에 방송됐죠.”

삼화네트웍스는 1990년대 이후 드라마 ‘왕초’(1999년·MBC) ‘명성황후’(2001년·KBS) ‘신돈’(2005년·MBC) ‘며느리전성시대’(2007년·KBS) ‘조강지처클럽’(2007년·SBS) 등 국내 드라마 시장을 이끌어왔다. 2008년에는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281억 원, 영업이익 30억 원을 냈다.

현재 최고의 드라마 작가로 손꼽히는 김수현 작가와는 오랫동안 콤비를 이뤄왔다. 김 작가는 삼화네트웍스의 이사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김 작가에 대해 “일을 떠나서도 영원한 동반자이자 친구”라며 “작품에 임할 때 매사 철저해 까탈스럽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로는 정말 부드러운 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작가의 작품처럼 대본이 뛰어나면 스타 캐스팅을 위해 동분서주할 필요도 없다. 신 회장이 좋은 드라마의 조건 중 하나로 여기는 게 메시지다. 그는 ‘부모님 전상서’를 예로 들면서 “인터넷 시대 젊은층이 편지를 쓸 줄 모르는데 이 드라마가 방송된 뒤 한국의 부모에게 편지를 쓰는 유학생이 많아졌다고 한다”며 “드라마를 통해 부모와 아이들이 소통한 셈인데, 드라마에는 이처럼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2000년 드라마 ‘불꽃’을 대만 GTV에 회당 1000달러에 팔았던 때를 떠올렸다. 신 회장은 주연 배우 차인표가 나중에 대만에 팬이 생겼다고 하자 “드라마 한 편으로 무슨 팬이 생기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불꽃’이 대만, 홍콩, 중국, 동남아를 거치며 흥행을 기록하자 방송가에는 드라마 해외 수출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드라마제작업계의 ‘맏형’격인 신 회장은 2003년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 이사장, 2006년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장을 맡았다. 최근에는 대중음악, 영화, 연극, 뮤지컬, 드라마 등 11개 대중문화 관련단체가 모인 대중문화산업총연합회 회장직도 맡았다. 삼화네트웍스를 운영하는 데도 24시간이 모자라지만 영상 문화산업 전반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적임자라는 주위의 권유로 기꺼이 떠맡았다.

“지금까지 50여 편, 3000시간가량의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아시아에서 최다가 아닐까 해요. 아시아 자본을 유치해 우리의 제작, 일본의 마케팅, 중국의 로케이션 등 각자의 장점을 살려 공동 제작한 킬러 콘텐츠를 각국에 배급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아야 합니다. 해외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시스템도 하루 빨리 정비해야 합니다.”

:신현택 삼화네트웍스 회장:

―1945년 서울 출생

―1967년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1980년 삼화비디오프로덕션㈜ 설립

―1982∼1997년 한국영상음반협회 회장

―1987년 KBS ‘TV문학관’으로 TV 드라마 제작 시작

―2000∼2004년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초대 회장

―2003년∼현재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 이사장

―2006년∼현재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

―2009년∼현재 대중문화산업총연합회 회장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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