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얼씬도 못하게, 前前단계 예방 조치를

  • 입력 2009년 6월 15일 03시 00분


“암에 걸리지 않으려면 전전 단계부터 예방해야 한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암 전 단계에서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암 중에는 전전 단계에서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전전 단계에서는 전 단계와는 달리 생활습관을 교정하거나 비교적 가벼운 치료를 해서 암을 예방할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김지현, 김자경 소화기내과 교수, 김재훈 산부인과 교수의 도움말로 전전 단계에서 예방할 수 있는 암에 대해 알아봤다.

○ 장상피화생 ― 맵고 자극적인 음식 피해야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 중 하나인 위암의 전전 단계는 위 점막이 장 점막으로 바뀌는 장상피화생이다. 장상피화생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나 자극적인 식생활로 위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위 점막이 세포 변화를 일으켜 장의 세포처럼 바뀐 상태다. 장상피화생 환자는 일반적으로 위암 발생 위험도가 정상인에 비해 10∼20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상피화생에 가장 많이 관여하는 것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다. 고령으로 인한 기능 저하, 절이거나 자극적인 음식, 음주와 흡연, 폭식 다이어트 등도 위험 요인이다. 문제는 장상피화생은 소화장애 등 체감 증상이 거의 없어 암으로의 진행 여부를 거의 확인할 수 없다는 것. 대부분 위 내시경 검사를 통해 발견된다.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으려면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고등어, 김치, 젓갈 등 절인 음식이나 맵고 자극적인 음식, 훈제음식은 피하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식후에는 음식물이 위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경우 항생제 처방을 받는다.

○ 자궁경부이형성증 ― 성생활 시 콘돔 사용을

여성암 사망률 2위인 자궁경부암은 암 중 유일하게 원인이 밝혀져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매년 4000명 이상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전 세계에서 2분에 1명꼴로 사망하고 있을 정도로 흔하면서도 위험한 암이다.

자궁경부암의 전전 단계는 ‘자궁경부이형성증’이다. 비정상적으로 바뀐 세포가 종양으로 진행할 위험이 생기는 단계다. 정기검진을 통해 자궁경부이형성증을 발견하면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고 치료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자궁경부이형성증은 상피내암 단계를 거쳐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이형성증이 암으로 발전하기까지 최장 10년 이상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도 가능하다. 장상피화생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증상이 없어 정기적인 자궁경부도말검사나 세포검사가 필요하다.

이형성증의 주요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부분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경험이 있는 30대 이후 여성이라면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자궁경부이형성증이 발견된 환자라면 정기검진에 신경 써야 한다. 성관계의 횟수나 상대자가 많을수록 감염에 의한 자궁경부이형성증의 위험이 높아진다. 성생활 시 콘돔을 사용하면 감염 위험을 다소 줄일 수 있다. HPV에 감염됐다고 해도 대부분 자연히 소멸되며 일부에서만 이형성증으로 발전하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도 예방이 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MSD의 가다실, GSK의 서바릭스 제품이 출시돼 있다. 접종 대상 연령은 가다실은 9∼26세, 서바릭스는 10∼25세다.

○ B형간염 ― 술 끊고 인스턴트 식품 삼가야

우리나라에서 발병률 4위, 사망률 2위인 간암의 경우 환자의 70∼80%가 만성 B형간염을 앓고 있다. B형간염은 간경화에 이어 간암으로까지 발전하는 일종의 간암 전전 단계이다. 국내 인구의 6∼8%가 B형간염 보균자일 정도로 흔하지만 완치율은 20∼30%에 불과해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질환이다. 방치하는 기간이 길수록 지속적으로 간세포를 손상시켜 간경화, 간경변을 초래하고 간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만성 B형간염 환자의 0.5%, 간경화 환자의 2∼6%가 간암으로 발전한다.

B형간염은 예방접종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지만 장기간 방치된 만성 B형간염 환자라면 특별한 완치 방법이 없다. 간염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하며 혈액 교환을 통해 전염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술은 반드시 끊어야 하고 소금, 인스턴트 식품 섭취를 삼가고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피로감이나 무력감이 심해지면 간 기능이 떨어진 신호일 수 있으므로 1년에 한 번씩 검진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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