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물품 금지가 집회자유 제한?

  • 입력 2009년 6월 10일 02시 51분


인권위 “집시법 개정안 일부 삭제” 권고 논란

국가인권위원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 중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시위용품의 제조 운반을 규제하는 조항 등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와 정부에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위는 9일 국회의장과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에게 집시법 개정안 중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를 해칠 수 있는 물건을 집회 또는 시위에 사용할 목적으로 제조·보관·운반하는 행위 금지 △복면 등 착용 금지 △통고만 한 뒤 이뤄지는 영상 촬영 △소음규제 강화 규정 △과료 삭제 및 벌금액 상향 등 5가지 규정이 집회 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삭제를 권고했다.

위해물질 제조·보관·운반 행위 금지 조항에 대해 인권위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폭행을 위한 기구의 제조·보관·운반 행위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처벌이 과도하며 법체계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폭력 시위의 가능성을 사전 차단할 필요가 있고, 수사기관에서 목적성을 입증해야 처벌되기 때문에 지나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복면 착용자는 불법 폭력시위 의도가 있다는 잘못된 전제를 기초로 하고 있으며 예비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복면 착용은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을 공격하고 신원을 감추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행태를 감안할 때 복면 착용 금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통고만으로 영상 촬영을 하는 것에 대해 인권위는 “영장주의 위배 등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 참가자들이 순식간에 폭력을 사용하고 사라지는 경우 절차를 거쳐 채증을 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재교 인하대 법대 교수는 “폭력 시위에 적절한 대응을 못하는 상황에서 평화시위가 정착된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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