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폭 아무나 못한다?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50분


‘키175cm-잘생긴 외모’ 기준 선발… 수습교육도
철거분쟁 개입 돈챙긴 혐의 이태원파 13명 구속

‘키 175cm 이상, 잘생긴 외모 우대.’

조직폭력배들도 이제 훤칠하고 잘생겨야 우대받는 세상이 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건물 철거 분쟁에 개입하고 돈을 챙긴 혐의로 조직폭력배 ‘이태원파’의 부두목 김모 씨(43) 등 13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조직원 손모 씨(24) 등 7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조직원을 선발할 때 신체와 용모를 평가기준으로 두는가 하면 정식 가입을 위해 수년간 수습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신입사원 채용 못지않은 엄격한 선발절차를 거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된 김 씨 등은 2008년 8월 22일 서울 서초구 N빌딩 철거 현장에서 보상에 불만을 품은 세입자 김모 씨(32)의 부탁을 받고 공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철거 인부 10여 명에게 각목을 휘둘러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고 건물주를 협박해 퇴거 합의금 명목으로 6억 원을 받아 그중 3억 원을 챙겼다.

경찰에 따르면 2008년 1월 중순 이태원 일대의 유흥업소를 관리하던 2개 조직이 합쳐 탄생한 이태원파는 일본 폭력조직인 야쿠자의 운영형태를 따라 조직의 후계자를 미리 뽑고 그들이 전국을 돌며 지방 조폭들과 친목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방의 조폭들에게 자금과 향응을 상납받은 이태원파는 서울의 원로 조폭들을 지원해 인지도를 높였고 단시간에 서울지역의 대표적인 폭력조직으로 발돋움했다.

이들은 새 조직원을 선발할 때 ‘키 175cm 이상, 잘생긴 외모’와 같은 신체·용모 기준을 두고 2∼4년에 걸쳐 조폭 생활과 관련해 다양한 교육을 수료하게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조직원 가운데는 서울 근교 4년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도 있었다.

행동강령도 한결 엄격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2박 3일 합숙훈련을 하며 단체로 문신을 새기는가 하면 싸움을 연습해 단결력을 높였다. 조직원 결혼식 등에는 반드시 단체로 참가해 조직 선배들에게 90도로 인사하며 위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2006년 6월에는 ‘조직을 이탈하면 손가락을 자른다’는 조직 강령에 따라 실제로 조직을 탈퇴하려는 행동대원 7명에게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도록 요구하고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자금 조달 명목으로 이태원 한남동 등에서 불법 사설도박장을 운영했음을 알아내고 이들의 자금에 대해 법원에 몰수 보전을 신청하는 한편 아직 잡지 못한 두목 오모 씨(52) 등 12명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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