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MBC-KBS-한겨레-경향신문 보도

  • 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2007년 대선 직전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을 제기했던 김경준 씨가 5월 28일 대법원에서 사기 혐의 등으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MBC, KBS를 비롯한 지상파와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김 씨와 가족의 입을 빌려 BBK 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결국 김 씨의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이런 보도는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때도 이어졌다. MBC ‘PD수첩’은 미국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를 의도적으로 광우병 의심소로 연결시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으며 이후 100여 일간 서울 도심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는 급기야 반정부 폭력 시위로 비화됐다. 2002년 대선 때도 김대업 씨가 민주당의 지지를 업고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비리 의혹을 제기했으나 2004년 대법원은 김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자, 이들 매체는 초기 보도와는 크게 다르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

BBK의혹은 100~200건 보도
김경준 유죄확정은 22초 단신

“공동정범… 실소유자… 거짓말”
확인 안된 주장 마구 쏟아내
의혹을 사실인 양 부풀려

MBC, KBS, 한겨레, 경향신문 등은 2007년 대선 당시 ‘BBK 의혹’에 대해 김경준 씨와 가족의 입을 빌려 관련 보도를 잇달아 내보냈다.

MBC ‘뉴스데스크’는 김 씨가 입국한 2007년 11월부터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전날인 12월 4일까지 모두 106건을 쏟아냈다. 뉴스데스크는 2007년 11월 “이명박 후보가 공동 책임, 혹은 주범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8일·정봉주 의원) “김경준 씨가 이명박 씨와 동업자 공동 정범이었음을 고백하는 순간 이명박 후보의 거짓말의 베일은 낱낱이 드러나”(15일·정동영 후보) 등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의 주장을 인용 보도했다.

22, 23일에는 ‘이면 계약서 원본 내일 온다’ 등 22개 아이템을 방영했고 김 씨 어머니를 항공기 안에서 인터뷰해 “이용 가치가 떨어지자 죽여야 옳아?”라는 자극적인 발언도 내보냈다. 12월 4, 9일에는 김 씨의 메모와 진술서에 담긴 검찰 회유 협박 주장을 전했다.

MBC ‘PD수첩’은 2007년 11월 20일 ‘BBK 이면계약의 정체는’을 시작으로 이례적으로 3주 연속 BBK 문제를 다루며 김 씨 부인 이보라 씨와 누나 에리카 김 씨의 주장을 전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도 11월 22일 에리카 김 씨를 30분 넘게 인터뷰했으며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은 같은 날 문서 위조와 돈세탁 등으로 변호사 자격을 반납한 에리카 김 씨를 “미국에서 재능을 상당히 인정받고 있는 변호사”라고 표현했다.

KBS ‘뉴스9’도 2007년 11월 1일∼12월 4일 85건의 보도를 내보냈다. 김 씨 송환일인 11월 16일에는 11건의 관련 보도를 쏟아냈으며 17일에는 ‘발표 시기가 문제’ 꼭지에서 기자가 “이 후보의 혐의가 포착된다 해도 소환 조사에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연루 의혹을 어떻게 매듭지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3일에는 ‘원본 4건 제출’ ‘진짜? 가짜?’ ‘공방 소용돌이’ 등 이른바 이면계약서의 진위 논란을 전했다. 12월 2일에는 “정치권의 분위기는 검찰 발표 내용과 관계없이 BBK 문제를 대선 이후까지도 이어갈 태세”라고 전했으며 4일에는 “주식회사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일 수도 있다는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MBC는 대법원이 지난달 28일 김 씨에게 징역 8년형을 선고하자 “대법원은 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경준 씨에 대해 징역 8년에 벌금 100억 원의 원심을 확정했다”는 22초짜리 단신으로 처리했다. KBS도 26초 단신을 내보냈다.

BBK 의혹을 가장 크게 보도한 신문사는 한겨레신문이었다. 한겨레가 스스로 “혼자 뛰어 1등 하는 기분으로 고독한 추적보도를 해왔다”(11월 19일)고 자평했을 정도로, 11월 1일 김경준 입국설이 나돌 때부터 12월 5일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200여 건에 이르는 기사를 게재했다.

한겨레는 에리카 김 씨의 인터뷰를 전화(11월 21일) 단독(23일), e메일(12월 6일) 등으로 3차례나 기사화했다. 한겨레는 11월 21일 인터뷰에서 “에리카 김은 한나라당의 문서 위조 주장에 대해 ‘거짓말을 하려면 좀 똑바로 하라고 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며 “이면 계약서가 복잡해 하나를 이해하고 둘을 이해해야 그림이 맞춰진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에리카 김 씨에 대해 “코넬대 출신 변호사이고 이 후보와 각별했고 누구보다 사건 전반의 내막을 잘 아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한겨레는 11월 19일 김 씨가 국내 소환될 때 “갖고 온 것 있다”고 발언한 것을 근거로 그것이 ‘이명박-BBK’ 입증자료일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보도를 내기도 했다.

경향신문도 2007년 11월 17일 김경준 입국 현장 스케치 기사 “자신 있다는 듯 ‘미소’…뭔가 말하려다가 제지당해”를 통해 “김 씨는 시종 미소를 띠는 등 자신감이 넘쳤다. 공항에서부터 여유가 있었다. 검찰 수사관 4명은 가방 7개를 들고 내려 증거물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고 보도했다. 11월 23일에는 “이 후보 측이 거래를 제의한 적 있다. 한글 계약서에 이명박 소유 BBK 주식 명시됐다”는 에리카 김 씨의 주장을 전했고, 검찰 수사결과 발표 다음 날인 12월 6일에는 ‘믿을 수밖에 없지만 왠지 찜찜…네티즌 시민들 반응’ 기사를 보도했다.

한겨레는 대법원이 김 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한 다음 날 440여 자 단신을 게재했고, 경향도 470여 자 단신으로 처리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오역으로 광우병 괴담 촉발…“촛불아 모여라” 反정부 선동

“미국인도 겁내는걸 먹으라고…”
아나운서가 무책임한 코멘트
광고주 협박 ‘범죄’도 정당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MBC ‘PD수첩’이 2008년 4월 29일 ‘미국산 쇠고기-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에서 광우병 위험을 과장 보도했다. 이 보도가 인터넷 괴담과 결합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촉발되자 MBC KBS 한겨레 경향신문은 6월까지 연일 기사를 내보냈다. 한겨레의 경우 5, 6월 두 달간 500여 건의 관련 기사를 싣기도 했다.

PD수첩은 4월 29일 ‘목숨을 걸고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 합니까’라는 부제 아래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소 혹은 광우병 의심 소로 지칭하고 사망한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사인을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이라고 말한 것을 인간광우병(vCJD)으로 바꾸는 등 의도적 오역을 내보냈다. 또 0.1g의 위험물질만으로도 감염된다거나 라면 수프, 알약 캡슐, 화장품 등에 쇠고기 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주장도 내보냈다. 이 같은 오역과 왜곡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령했다.

MBC 뉴스데스크도 ‘미국 쇠고기 안 먹을 방법 없다’ ‘촛불아 모여라, 될 때까지 모여라’ 등 자극적인 제목을 여러 차례 내보냈다. 공정언론시민연대의 분석에 따르면 MBC 뉴스의 제목이 정부 측에 유리한 것과 시위대를 두둔하는 것의 비율이 18.8% 대 81.2%였다.

KBS ‘뉴스 9’는 5월 6∼8일 30개 안팎의 기사 중 12∼16개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기사로 채웠고 시위가 대규모로 확산된 6월 초에도 매일 10개 이상의 기사를 내보냈다.

전문가 등의 인터뷰도 “이제는 광우병 위험 부위가 한국으로 몰리겠죠”(5월 3일) “정부가 얘기하는 것은 미국 축산업계나 도축장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것입니다”(5월 16일) 등 균형을 잃은 경우가 많았다. 아나운서 말 중에도 “결국 미국에서 자국민에게 위험하니까 먹지 말라고 하는 쇠고기 부위가 한미 협상에선 수입해서 먹어도 되는 부위가 된 겁니다”(5월 14일) ‘한국의 촛불 민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국은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6월 11일) 등 과장된 내용이 적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5월 7일 1면 톱으로 ‘미국 소, 한 해 40만 마리 광우병 유사 증세 보여’를 보도했다. 경향은 이 기사에서 서울대가 작성한 정책용역보고서 ‘쇠고기 특정위험부위 관리 및 도축검사 선진화 방안’을 인용해 “미국은 광우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고위험 우군(牛群)’에 포함되는 소를 연간 44만6000마리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고위험 우군에는 중추신경 이상 증상으로 도축이 금지된 소, 다 죽어가거나 죽은 소, 다치거나 수척한 소, 원인불명의 증상으로 농장에서 죽은 소, 걷지 못하거나 안락사된 소, 운동 실조증이나 심각한 우울증 소가 포함돼 있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6월 27일 10면에 “한 50대 남성은 (시위 도중) 손가락 끝부분이 절단됐다”고 보도했고, 28일 8면에선 ‘과격시위 왜…不通(불통) 정부 강경진압 탓’ 기사에서 “경찰의 강경진압과 토끼몰이식 무차별 연행은 시위대와의 정면충돌을 키우고 있다. 물대포 등장-12세 초등학생 연행-시민 손가락 절단과 같이 성난 시위대에 기름을 붓는 사건도 속출하는 양상이다”라고 썼다. 하지만 손가락 절단을 주장한 50대 남성의 치료를 맡은 국립의료원 담당 의사는 “절단이 아니라 왼쪽 세 번째 손가락 손톱 밑의 살점이 떨어져 나간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KBS 미디어포커스(6월 28일)는 “동아 조선 중앙일보는 시위 도중 손가락이 잘려 나간 시민이나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얻어맞은 여성에 대해선 보도하지 않았다”며 “시위하다 다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한 건 한겨레와 경향 등 일부 신문과 방송뿐이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경찰의 진압에 기사의 초점을 맞춰 ‘경찰 과잉진압 또 논란…1m 앞 소화기 과격해진 경찰’(6월 23일), ‘뼈저린 반성 5일 만에 촛불 강경대처’(6월 25일) ‘촛불반대 각목폭력 경찰은 뒷짐’(6월 25일)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26일 집회 관련 기사에선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이 “우리는 끌려가도 계속해서 나설 것이며 100명이 연행되면 1000명이 나서고, 1000명이 연행되면 1만 명이 나설 것”이라고 말한 것을 전했다.

한겨레는 또 동아 조선 중앙에 광고를 내지 못하도록 광고주를 협박하는 것이 정당한 소비자운동이라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기사화(6월 10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올 2월 광고주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24명에게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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