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스파이들, 北의 베일을 벗기다

  • 입력 2009년 5월 23일 02시 59분


김정일 별장… 비밀기지… 구글어스 등 통해 정보수집
온라인 지도 만들어 공개

김정일 별장에 있는 수영장과 워터슬라이드, 산속에 숨겨져 있는 비밀 공군기지 활주로, 로켓 발사대와 핵시설, 정치범 수용소까지…. 북한의 비밀스러운 속살이 온라인 위성사진 서비스인 ‘구글 어스’로 무장한 민간 스파이들에 의해 낱낱이 파헤쳐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이 다수의 누리꾼이 참여해 정보를 공유하는 ‘위키피디아’ 방식의 인터넷 파워 앞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인공은 미국의 조지메이슨대 박사과정에 있는 커티스 멜빈 씨. 2000년대 초 북한에 두 번 그룹투어로 방문했던 그는 2년 전부터 북한의 주요 비밀시설을 온라인 맵으로 표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북한 당국이 공개한 사진과 기사, 탈북자 등의 증언을 토대로 위치정보를 파악한 뒤 구글 어스에서 캡처한 실제 사진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지도를 그려 나갔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북한의 위치정보와 사진을 그에게 제보해 왔다. 그가 만든 ‘베일을 벗은 북한’(www.nkeconwatch.com)은 지금까지 3만5000명 이상이 다운로드했으며, 10여 개의 북한 관련 웹사이트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북한에 있는 핵시설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1200개의 댐, 47개 레스토랑의 위치정보도 담겨 있다.

멜빈 씨는 지난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력발전소를 방문했을 때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연구한 끝에 지도상에서 수력발전소의 정확한 지점을 찾아냈다. 러시아 출신 역사학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국민대)는 평양시장 등 북한의 주요 시장의 위치정보를 제공했다. 워싱턴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조슈아 스탠턴 씨가 추적한 북한 ‘16호 정치범 수용소’의 위성사진은 공화당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캔자스 주)이 미국 의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발언을 할 때 인용되기도 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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