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눈물에 인색한 당신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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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우울 등 정화, 약물-웃음보다 뛰어난 ‘치유의 샘물’… 울고 싶을 땐 실컷 울어라

봄비가 내리면 촉촉한 대기에 정갈한 흙냄새가 떠돈다. 봄비 오고 난 후 풍경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눈물을 흘리고 난 후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눈물은 ‘치유의 샘물’이다. 헝클어진 마음의 풍경을 적시고 씻어내 다듬어주는 빗줄기와 같다.

눈물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많지 않다. 눈물이 왜 나는지, 어떻게 나는지, 눈물을 흘리고 난 후 왜 심리적으로 안정되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울기: 눈물의 신비(Crying: The Mystery of Tears)’를 쓴 윌리엄 H 프레이 미국 미네소타대 약학대 교수는 눈물이 스트레스로 늘어난 화학물질들을 체외로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이 교수는 눈물을 3가지로 분류했다. 눈이 마르지 않도록 계속 분비되는 눈물, 양파 마늘 등 외부 자극에 의해 나는 반사적 눈물, 외부 자극과는 관계없이 뇌의 작용만으로 나는 감정적 눈물이 그것이다.

프레이 교수는 세 가지 눈물은 구성 물질도 다르다고 봤다. 특히 감정적 눈물 속에는 다른 눈물과 달리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는 ‘프로락틴(prolactin)’이라는 호르몬이 다량 들어 있다. 이 호르몬은 눈물이 날 때 눈물과 함께 체외로 배출된다. 프로락틴이 배출되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변해 있던 심리적 및 생리적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려 균형을 잡아주므로 심리적 안정이 뒤따라온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명은 감정을 담당하는 뇌 속 부위가 자극돼 눈물이 나므로 눈물을 흘리고 나면 결과적으로 감정이 정화된다는 것이다. 뇌 속에는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분야를 관장하는 ‘변연계’가 있다. 변연계는 우울증, 불안장애, 조울증 등 기분과 관련된 모든 정신과적 병과 관련돼 있다.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는 “대부분의 정신과 약물이 변연계를 자극시키는 것임을 감안하면 슬픈 생각으로 변연계가 자극돼 눈물이 난다는 것만으로도 약물을 투여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불분명한 면이 많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눈물이 감정의 분출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눈물이야말로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쳐 생겨난, 사람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기능’이라고 말한다.

김동구 한국스트레스협회 회장(연세대 의대 약리학 교수)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자연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울음이다. 더우면 땀이 나와서 열을 식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따라서 정신과 의사들은 ‘적절한 시기엔 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혹은 적절한 시기에 ‘울게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울지 못하는 것도 장애다. 눈물이 흐르지 않는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 우울증 환자 가운데 정말 증세가 심한 사람은 “눈물이 말랐다” “눈물이 안 나온다”고 말한다. “기쁜 건지 슬픈 건지 잘 모르겠다”고도 한다.

눈물은 늘 ‘억제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돼 왔다. 울면 약하게 보이고, 상대방을 당황시키기 때문이다. 김동구 교수에 따르면 77%의 사람들은 집에서 울고 40%는 혼자 숨어서 운다. 우는 시간도 짧다. 80%는 30분 이상 울지 않는다. 56%는 저녁이나 밤에 운다. 남성은 여성보다 우는 횟수가 7배나 적다. 여성이 연평균 우는 횟수가 47회인데 남성은 7회에 불과하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는 데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닐까. 눈물을 흘리는 것은 모든 동물 중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다. 눈물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고 가두어 둔 감정을 풀어주며 좌절감을 완화시키고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스트레스가 완화되면 혈압도 내려간다. 울고 나면 눈의 먼지도 없어져 깨끗해진다.

웃음이 날 때 충분히 웃고 눈물이 나려 할 때 충분히 울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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