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오늘도 새웠다!” 술없이도 잠드는 방법은 없을까?

  • 입력 2009년 5월 18일 02시 58분


“오늘도 새웠다!” 수면제, 술없이도 잠드는 방법은 없을까?

야교등, 자귀나무 등 천연약초로 부작용, 재발 없이 불면증 탈출… 국내 최초 불면증 전문 한의원 등장

“잠 한번 푹 자보는 게 소원입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말이다. 이들에게는 잠자고 싶은 욕구가 무엇보다 간절하다. 하루의 3분의 1인 8시간을 수면에 쓰는 것이 정상이지만, 불면증 환자들은 새벽에도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인다. 스트레스와 후유증이 심하다는 점에서 불면증은 엄연한 ‘질병’이다. 불면증의 초기 증상은 새벽 4∼5시가 지나도 정신이 또렷하고 잠이 오지 않는 것. 잠을 자려고 하면 할수록 더 잠이 오지 않는다.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운 지 30년이 넘었다는 환자도 있다.

불면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불면증만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한의원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자미원한의원이 그 중 한 곳이다. 이 한의원에서는 천연 한약재를 이용해 불면증을 치료한다. 불면증 치료와 함께 신체리듬을 바로 잡아주는 치료도 하고 있다.

자미원한의원 허정원 대표원장은 “수면제에 의존한 잠은 몸과 마음이 진정으로 휴식하는 ‘양질의 잠’이 아니다”면서 “근본원인을 치료해 자신의 의지로 잠을 잘 수 있어야 건강에 좋은 질 좋은 수면”이라고 말했다. 자는 동안 몸과 마음이 휴식을 취하면서 몸의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때문이다.

○ 머리 많이 쓰고, 스트레스 많으면 불면증 생겨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잠을 자지 못했어요.”

회사에 사표를 내고 자영업을 시작한 김 모 씨(43)는 “사업 걱정에 밤에 잠이 안 온다”는 고민을 토로한다. 불면증은 김 씨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 책임이 막중한 기업 최고경영자나 임원들도 많이 경험한다. 스트레스성 불면증인 셈이다. 불면증은 과로, 운동, 노화, 호르몬 변화 등으로도 발생한다.

장기간 잠을 자지 못하면 자율신경계 체계가 무너지면서 신체리듬이 망가지고 몸에 이상이 온다. 일단 머리가 무겁고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만사가 귀찮아진다. 심해지면 만성피로, 견비통(어깨에서 팔까지 아프고 저린 증상), 두통, 가슴 두근거림, 소화불량, 만성 변비, 과민성 설사, 부종, 생리불순, 성기능 저하도 나타난다. 심리적으로도 우울증, 자신감 상실, 불안, 초조감을 경험하고, 쉽게 짜증을 내는 등 감정의 기복도 심해진다.

사람은 보통 일주일 이상 잠을 못 자면 수면제나 수면유도제를 찾는다. 억지로 운동을 하거나 술을 먹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은 치료는커녕 악순환을 부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특히 수면제는 내성이 생기거나 금단 증상이 나타나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부작용까지 낳는다.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는 증상이 4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밤과 낮을 ‘음’과 ‘양’으로 구분한다. 낮 동안에 지친 양이 밤이 되면서 음으로 변해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양이 계속 유지되는 상태를 불면증으로 본다. 즉, 음과 양의 균형이 깨진 상태라는 것. 심장에 열이 차거나 담낭(쓸개)이 허할 때, 몸의 수분을 조절하는 신장에 문제가 있을 때도 음양의 불균형이 생겨 불면증이 찾아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 근본치료는 신체리듬 회복

이런 원리에 따라 자미원한의원이 불면증 치료에 있어 초점을 두는 것은 ‘음양의 균형’이다. 이 과정에서 ‘하수오’라는 식물의 넝쿨줄기인 ‘야교등(夜交藤)’을 주요 치료제로 쓴다. 야교등은 ‘밤에 음과 양이 만나는 넝쿨’이라는 뜻.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 각종 의학서에도 야교등이 불면증 치료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신경을 안정시키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자귀나무껍질이나 백합꽃 뿌리, 심장의 열을 낮추는 멧대추 씨, 갈증과 번조(몸과 마음이 답답해 손과 발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행동)를 없애는 대나무 잎, 음의 기운을 살려주는 숙지황 등 천연 한약재도 함께 사용한다.

자미원한의원은 직접 개발한 숙면차, 숙면베게, 향기패치 등의 요법을 부가적으로 처방한다. 침, 뜸, 부황, 테이핑 요법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 음과 양의 불균형을 다스리기도 한다. 5년 전 지독한 불면증을 경험한 허 원장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개개인의 체질이나 수면제 복용여부, 병증에 맞는 처방으로 불면증의 근본원인을 치료한다는 것.

○ 10년 만에 숙면

“십년 만에 푹 잤어요.”

이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20대 후반 여성이 한 말이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부터 불면증에 시달려 수면제에 의지해왔다. 그녀는 “치료를 받은 후 예전보다 잠을 길고 깊게 자게 되고 얼굴의 혈색도 좋아졌다”면서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다는 느낌이 들고 다음날 오전 활동도 편안하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음양의 조화를 통한 불면증 치료의 원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불면증을 치료하는 동안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밤낮없이 잠이 쏟아진다는 것. 이후 음양이 조화를 이루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잠이 한꺼번에 밀려온다고 한다. 허 원장은 “이후 점점 밤이 되면 잠이 오고, 낮에는 잠이 오지 않는 안정적인 신체리듬을 회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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