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또래로부터 2차례에 걸쳐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이 지하 단칸방에 홀로 방치돼 있다가 화재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경기 부천남부경찰서는 평소 알고 지내던 여고생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 집단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 과실치사)로 A 군(19)과 B 군(18) 등 4명을 구속하고 C 군(17) 등 3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동네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2일 낮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D 양(16·고교 1년)을 만났다.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겠다며 D 양을 노래방으로 불러내 술을 마시게 한 것. D 양은 2시간 정도 이들과 어울린 뒤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헤어졌다. 하지만 이들 중 D 양을 처음 만난 B 군이 “술이나 한잔 더 하자”며 D 양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다시 만날 것을 제의했다.

D 양을 다시 만난 B 군 등 3명은 오후 11시경 이들 중 한 명이 살고 있는 부천시 소사구 소사동 다세대주택 지하방으로 D 양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 함께 술을 마신 뒤 밤 12시경 반항하는 D 양을 집단 성폭행했다. A 군이 자취를 하던 단칸방은 전기세를 내지 못해 두 달 전 전기가 끊긴 상태였다. 이들 3명은 D 양을 성폭행한 뒤 방에 켜져 있는 촛불을 끄고 친구들을 만나러 모두 나갔다. 이들 중 B 군은 동네에서 만난 다른 친구들에게 “방에 여학생이 혼자 있다”며 3일 오전 1시 반경 이들을 데리고 다시 지하 단칸방을 찾아 D 양을 성폭행하도록 했다. 이들은 1차 성폭행 때와 달리 방에 있던 촛불을 끄지 않은 상태에서 D 양을 방치해 놓은 채 밖으로 빠져나왔다.

경찰 조사결과 당시 방에는 촛불 2개가 있었다. 하나는 소주병에, 다른 하나는 컴퓨터 책상 받침대에 꽂혀 있었다. 경찰은 이 중 컴퓨터 책상 위 받침대에 꽂힌 촛불이 엎어지면서 화재가 발생해 D 양이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근 동네 주민은 지하단칸방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화재 신고를 했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숨진 D 양을 발견하고 경찰에 알렸다.

경찰은 친구 집에서 머물던 이들을 검거해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부천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모두 8명이 성폭행에 가담했는데 1명은 형사 미성년자였다”며 “촛불을 끄지 않아 화재가 발생해 여학생이 숨진 만큼 특수강간에 과실치사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고 말했다.

부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