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교실서 ‘환각 강의’

  • 입력 2009년 5월 9일 02시 57분


경찰, 마약 취해 수업한 원어민강사 6명 적발

마약에 취한 채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외국인 영어강사와 마약을 상습 복용한 현직 교사 등 마약사범이 대거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 시내 초등학교와 유명 어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면서 대마초 농축물인 ‘해시시’를 상습적으로 흡입한 혐의로 캐나다인 A 씨(29) 등 외국인 영어강사 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해시시를 공급한 나이지리아인 B 씨(38)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서울 이태원의 유흥주점 등에서 해시시 덩어리를 불에 달군 칼에 올려놓고 연기를 내는 방법으로 지난해 3월부터 5∼9차례 흡입했다. 이들 중 일부는 덩어리를 가루로 만들어 담배에 말아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녔다.

이번에 적발된 강사는 캐나다인 3명, 미국인 2명, 뉴질랜드인 1명으로 이 중 3명은 초등학교 원어민 강사였다.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캐나다인 C 씨(27·여) 등 3명은 수업이 있는 날 새벽까지 대마를 흡입한 뒤 환각 상태로 강의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강사 대부분이 자국에서 마약 복용 전력이 있었다”며 “외국인 강사에 대한 회화지도비자(E-2) 발급심사를 강화해 범죄경력을 철저히 확인하고 국내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이두식)는 3, 4월 마약 사범에 대한 집중단속을 벌여 56명을 적발해 23명을 구속하고 히로뽕 606g을 압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의 한 고교 체육교사인 최모 씨는 지난해 12월 초 자신의 집에서 대마초 0.3g을 담배에 넣어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이태원의 클럽 업주 홍모 씨 등 5명은 2007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태국에서 엑스터시 550정과 코카인 90g, 케타민 118g을 속옷에 숨겨 들어와 투약했다가 적발됐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마약을 밀수하는 방법도 교묘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모 씨는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히로뽕 100g을 도자기 속에 숨겨 국제특송화물을 이용해 반입했다. 또 다른 김모 씨는 3월 중순경 나무로 된 녹차상자의 빈 공간에 히로뽕 235g을 숨긴 뒤 밀봉해 이를 중국과 인천항을 오가는 보따리상을 통해 들여왔다. 검찰은 젊은 층이 주로 모이는 이태원과 강남 일대 유흥가의 마약 유통과 투약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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