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넷 허위글 폐해 초등교과서 첫 수록

  • 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6분


《내년부터 전국 초등학교에서 사용될 예정인 4학년 도덕 교과서에 인터넷 허위 정보의 폐해를 경고하는 내용이 처음 게재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해석해 고의로 허위정보를 올리는 행위까지 용인해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본보 2008년 8월 2일자 1·3면 참조

내년 4학년 도덕책에 악플사례와 함께 게재

집필진 “광우병 파동 계기로 정보 진실성 부각”

새 교과서 집필진에 따르면 교과서 초안에는 인터넷 허위정보가 사실처럼 둔갑해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교훈이 중점적으로 소개돼 있다. ‘휴교 거짓말 사례’ 외에도 ‘“미정이와 철수가 사귄다”는 내용의 거짓 글이 인터넷에 올라 두 사람이 친구들에게 오해를 사는 피해를 보았다’는 사례도 함께 게재됐다.

이런 내용이 강조된 것은 교과서 내용을 기획하는 단계였던 지난해 5월 초중고교생 사이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한 허위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해 휴교한다”는 유언비어가 돌았던 데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고 최진실 씨의 사채 사업설 등으로 인터넷 허위사실 유포는 작년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집필진은 2007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인터넷에서 경험하는 도덕적 문제 △인터넷 예절의 내용과 실천방법 등으로 정한 교과서 목차를 구체화해 집필하는 과정에서 허위정보 유통 피해를 포함시켰다. 교과서 연구 및 집필 책임자인 유병렬 서울교육대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인터넷 윤리를 다루며 정보의 진실성 여부를 그다지 강조하지 않았지만 작년 광우병 파동을 계기로 이 부분이 많이 부각됐다”며 “초등학생들이 인터넷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교육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과서는 이 밖에도 ‘초록이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친구가 올린 악성 댓글(악플)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례 등을 들어 악성 댓글의 문제를 알리고 선의적인 댓글(선플)을 달도록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인터넷상의 인신공격과 욕설이 개인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는 것도 포함시켰다. 이와 같은 내용은 4학년 2학기 도덕 교과 과정에서 40분짜리 수업 세 차례에 걸쳐 소화된다. 교과서 심의위원인 조난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과정교수학습연구본부장은 “요즘 초등학생의 일상생활에서 인터넷 윤리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판단해 심의위원들이 교과서 내용에 동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교과서는 초안이 완성된 뒤 지금까지 두 차례 심의가 진행됐으며, 심의 및 수정을 두 번 더 거쳐 다음 달 말쯤 최종 완성된다. 올 2학기부터 일부 시범학교에서 활용한 뒤 내년 2학기부터 전국의 교육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현민 한국정보사회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의사소통의 기본 전제인 신뢰가 무너지면 사회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성인과 달리 허위사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에 대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터넷에서 언행에 책임을 지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해야 한다”며 “다만 교육 내용이 너무 강압적이거나 허위정보의 대상이 너무 폭 넓게 정해져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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