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 이제는 美정부와 의회가 답할 차례

  • 입력 2009년 4월 23일 02시 58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어제 야당의원들의 반대 속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 2007년 6월 30일 양국이 FTA 합의문에 공식 서명한 지 22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 비준안의 외통위 상정에 반발하는 야당 의원들이 상임위 회의실과 본회의장을 폭력으로 점거해 ‘해머 국회’를 연출한 것을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한나라당은 6월 16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6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처리를 완료할 방침이다.

향후 관건은 미국 정부와 의회의 태도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출범 전부터 ‘자동차 부문 협상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며 연내 비준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달 초 영국 런던 G20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만나 FTA 진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6월 정상회담에선 협정 발효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할 것이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양국의 교역확대와 고용증대를 통해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공감대가 이뤄졌다. 미사일 발사 이후 거세진 북한의 위협에 공동대처하는 한미동맹에도 활력을 줄 것이다. 정부는 정상회담까지 남은 약 2개월 동안 한미 FTA 필요성을 미국에 충분히 알려 미 의회 비준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대미 외교 채널을 풀가동해야 할 때다.

미국에선 자동차 쇠고기 같은 문제를 이유로 비준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긴 하다. 그러나 기존 FTA 협정을 건드리지 않고 추가적인 양해를 통해 상호 윈윈하는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 자동차 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한 사항은 FTA 협정문에 대부분 반영됐다. 문호가 크게 열린 한국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가 많이 팔리지 않는 것은 낮은 경쟁력 때문이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은 배기량 3000cc 이하에만 무관세를 적용하지만, 한국은 모든 차종에 대해 관세를 없애 미국 자동차의 한국시장 접근이 훨씬 쉬워진다.

미국의 쇠고기 산지(産地)에서는 수출 쇠고기의 전 연령대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20개월령(齡) 미만’만 수입하는 일본에 비해 한국은 ‘30개월령 미만’으로 수입범위가 더 넓다. 시장을 모두 연다 해도 실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 비중 자체가 미미하다. 미 정부와 의회가 이제 한국 국회 외통위의 FTA 비준안 통과에 화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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