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왕 후손 1400년만의 귀향

  • 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1400년 전 일본으로 건너갔던 백제 성왕의 셋째 왕자인 임성 태자의 45대 후손인 오우치 기미오 씨 부부가 17일 백제 무왕이 묻힌 쌍릉을 참배하고 있다. 익산=연합뉴스
1400년 전 일본으로 건너갔던 백제 성왕의 셋째 왕자인 임성 태자의 45대 후손인 오우치 기미오 씨 부부가 17일 백제 무왕이 묻힌 쌍릉을 참배하고 있다. 익산=연합뉴스
日에 문화 전래 임성태자 45대 후손 무왕 묘 참배

“찬란했던 우리 선조의 문화를 느껴보고 싶어 백제 땅을 밟았습니다.”

1400년 전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 성왕(?∼554)의 셋째 왕자인 임성 태자의 후손이 17일 백제의 고도(古都)인 전북 익산을 찾았다.

백제 왕족 임성 태자의 45대 후손인 오우치 기미오(大內公夫·69), 오우치 다카코(大內孝子·65) 씨 부부는 이날 백제 무왕(580∼641)과 왕비가 묻힌 익산시 석왕동 쌍릉을 찾아 참배했다.

일본 지바(千葉) 현에 사는 오우치 씨 부부는 전통 백제 의상을 입고 쌍릉에 제를 올린 뒤 “일본 국가 형성에 이바지한 임성 태자의 업적을 기리며 백제의 후손임을 잊지 않고 대대손손 살아왔다”고 감회를 밝혔다.

오우치 씨는 “인쇄 디자인 일을 하면서 서울은 가끔 방문했지만 백제 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를 이어 살아오면서 조상 땅을 꼭 밟고 싶었는데 이제야 소원을 이뤘다”고 말했다.

참배를 마친 뒤 오우치 씨는 “백제 문화재 보수 유지에 써 달라”며 익산시에 100만 엔(약 1300만 원)을 기탁했다. 이어 1월 백제 무왕 시대 사리장엄이 대거 출토된 금마면 미륵사지를 찾아 1시간 동안 경내를 둘러봤다. 그는 미륵사 유물전시관에 보관된 ‘금제사리호’ 대형 사진을 보고 “우리 선조의 기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우치 씨 부부는 18일 익산시 보석박물관과 웅포 곰개나루, 충남 부여의 백제왕릉을 둘러보고 19일 오후 일본으로 돌아간다.

임성 태자는 성왕이 신라의 복병에게 피살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해 대만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가 당시 백제의 우수한 문화예술을 일본에 전래한 대표적인 왕족으로 일본 역사서에 기록돼 있다.

익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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