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하면 건강 더 나빠질수도”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6분


英워릭大“스트레스 10% 늘어”

업무바빠 병원 방문도 20% 급감

직장에서 승진한 후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영국에서 나왔다. 업무 스트레스가 가중되지만 시간을 따로 내 병원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과학전문 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은 영국 워릭대의 연구진이 직장에서 승진한 영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스트레스 강도를 최근 보도했다. 이들은 승진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평균 10% 정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더 받고 있었지만 의사와 상담하는 시간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토대로 “많은 사람이 간부로 승진한 사람들의 기분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대체로 승진 이전보다 정신건강이 더 나빠졌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승진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정신건강이 악화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 근거로 연구진은 승진한 사람들이 의사를 방문한 횟수가 종전보다 평균 20% 줄어든 점을 제시했다. 결국 새로운 업무에 대한 부담으로 의사와 상담할 시간이 없어 건강이 악화됐다는 얘기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아직까지 직접적인 연구 결과는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종민 인제대 백병원 스트레스클리닉 소장(신경정신과 교수)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승진한 뒤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고 모두 ‘환자’는 아니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강도이기만 하면 스트레스는 때로 업무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우 교수도 이 점은 분명히 지적한다. 다만 지금 괜찮다고 내버려두면 십중팔구 문제가 생긴다. 그 때문에 우 교수는 승진한 사람일수록 건강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하며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생각된다면 스스럼없이 병원을 찾을 것을 권한다.

우 교수는 직장생활을 하며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안 아픈 체하는 것’을 꼽았다. 몸이 아프면서도 병가를 내면 눈치가 보일까 봐 억지로 참고 근무를 하는 것이다. 이런 근무 행태를 정신의학 용어로 ‘프레젠티즘(비효율 근무)’이라 부른다. 프레젠티즘은 생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회사가 먼저 나서서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챙기는 건 어떨까.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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