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차정섭]인터넷 중독, 어릴때 예방을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01분


코멘트
중학교 2학년인 경호(가명)의 유일한 낙은 컴퓨터 게임이었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고, 학원을 다니지 않아 방과 후 딱히 친구들과 어울릴 만한 기회도 없었다. 경호에게 컴퓨터는 유일한 친구였다. 적어도 하루에 6시간은 컴퓨터에 매달렸다.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 보니 공부는 물론이고 학교에서 친구와 어울리는 일마저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피곤해했다. 몸이 아프다고 조퇴를 하고 집에서 게임을 한 적도 있다. 부모님은 매도 들고 잔소리도 수없이 했지만 오히려 경호의 반항이 심해져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초등생 중독률 성인의 두배

경호는 지난해 한국청소년상담원의 ‘인터넷 중독 치료학교’에 온 이후 꾸준한 상담 치료와 가족의 적극적인 협조로 인터넷 중독에서 거의 벗어났다. 물론 인터넷 중독이 경호만의 문제는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6일 발표한 ‘2008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이 성인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고 초등학생의 인터넷 중독률은 0.7%포인트 증가했다. 인터넷 중독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는 것이다.

행안부의 분석대로 전체 초등학생 중 38%가 입학 전부터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답하는 등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생긴 결과로 볼 수 있다.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핵가족화와 맞벌이 가정의 증가다.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는 아무런 제약 없이 인터넷에 빠져든다. 막상 부모가 자녀에게서 이상 신호를 느꼈을 때는 한발 늦은 경우가 많다. 뒤늦게 컴퓨터를 못하게 하는 등 반강제적인 조치를 취하지만 갈등이 심화되기만 한다. 인터넷 중독도 다른 중독 증상과 마찬가지로 내성과 금단현상이 있어 억지로 제재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알코올 의존증을 집에서 치료할 수 없듯이 인터넷 중독 치료도 부모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중독 증상은 조기 발견이 중요한데 ‘우리 아이가 설마’ 하는 생각으로 방치하기보다는 아이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빨리 인정하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제도 차원의 접근이 그래서 중요하다. 인터넷 중독은 개인 또는 가정의 손실뿐만 아니라 사회적 손실을 동반한다. 정부도 고심해서 여러 정책을 펼친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청소년상담원이 함께 운영하는 ‘인터넷 중독 치료학교’는 11박 12일 동안 무료로 합숙을 하며 대안활동과 상담, 심리치료, 부모교육을 통해 인터넷 중독에서 최대한 벗어나도록 관리한다. 지난해까지 치료학교를 수료한 63명 중 79%가 개선 효과를 봤고 58%는 중독에서 거의 벗어났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인터넷 중독 예방상담센터’ 역시 무료 인터넷 중독 상담을 실시하며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치료학교 졸업생 절반 완치

인터넷 중독 증세가 있는 청소년의 치료를 지원하는 일과 함께 이제는 사전 예방적 접근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행안부 조사결과만 봐도 청소년 잠재적 위험사용자는 12%로 고위험 사용자 2.3%보다 5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사실상 인터넷 중독의 초기 증세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점에서 보건복지가족부가 올해부터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인터넷 중독 검사’는 주목할 만하다. 인터넷 중독은 연령이 어릴수록, 조기 발견할수록 치유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개방적인 대화시간이나 즐거운 대안활동이 많을수록 인터넷에 몰두하는 경향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가장 효과적인 사전 예방은 청소년이 인터넷보다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 경험을 갖게 하는 일임을 강조하고 싶다.

차정섭 한국청소년상담원 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