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나홀로 호황 10년’ 빛과 그늘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9분


“할인된 가격에 서점에 가지 않고도 책을 살 수 있다.”

인터넷서점의 등장은 일대 사건이었다. 책은 서점에 가야 살 수 있고 책값은 정가라는 고정관념을 깼기 때문이다. 1일은 인터넷서점 1위 업체인 예스24가 문을 연 지 10년이 되는 날. 인터넷서점이 10년간 가져온 변화를 짚는다.

○ 인터넷서점 고객은 4배 급증, 서점 수는 반 토막

인터넷서점의 매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1년, 인터넷으로 책을 산 고객은 10명 중 1명이 채 안 됐다. 연간 인터넷서점 매출은 전체 출판시장 매출의 7.5%. 하지만 2008년 말 현재 인터넷서점 매출은 전체의 32.9%를 차지하고 있다. 예스24의 경우 1999년 12만 권을 팔았지만 2008년에는 213배에 이르는 2558만 권을 판매했다.

출판시장은 ‘인터넷서점+대형서점’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됐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 따르면 예스24와 인터파크 등 주요 인터넷서점과 교보문고, 영풍문고, 서울문고 등 총 10개 업체의 매출액은 2003년 연간 7592억 원에서 2007년 1조3800억 원대로 증가했다.

출판시장 규모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2001년 2조4257억 원이었던 출판시장 매출액은 2008년 2조5000억 원(추정치)에 그쳤다. 그사이 1999년 4595곳이었던 전국의 서점은 2007년 말 현재 2042곳으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 높아진 할인율, 불거진 책값 거품론

현재 출간 18개월 이내의 책은 온오프라인 서점을 막론하고 책값의 19%(정가의 10%+추가 경품할인 9%)까지 할인할 수 있다. 도서정가제를 규정한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출판업계 자체 협정으로 정가 판매를 해왔던 관행은 1999년 인터넷서점의 등장으로 깨졌다. 2002년 8월 신간 도서는 정가대로 팔되 ‘전자상거래에 한해 책값의 10%를 할인할 수 있다’고 규정한 ‘출판 및 인쇄진흥법’이 제정됐고 이 법은 2007년 7월 현행 법률인 ‘출판문화산업진흥법’으로 개정됐다.

법 개정으로 할인 사업자는 일반 서점으로 확대됐고 할인 폭은 10%에서 19%로 늘었다. 대형서점은 정가의 10%를 마일리지로 적립해주는 수준이지만 인터넷서점은 10% 기본할인에 추가 9% 경품할인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를 통해 책값을 더 깎아주고 있다. 일부 업체가 최고 40%까지 책값을 깎아줬다가 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할인 판매는 ‘책값 거품론’을 불렀다. 출판사들이 할인 판매를 감안해 책값을 높게 책정한다는 것.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인터넷서점이 할인 판매를 하고도 마진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정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가의 10∼20%는 거품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서점은 또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소비자에게 검색서비스를 제공하고, 어음결제 위주이던 관행을 현금 결제로 바꾸는 등 소비자와 유통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인터넷서점의 할인 경쟁에 따른 출판사 이익률 감소와 중소서점의 쇠락은 다양한 책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출판업계의 과제로 남아 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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