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장이 원생 ID로 ‘아고라’ 무더기 추천

  • 입력 2009년 3월 30일 03시 02분


학생들 ‘다음’ 회원 가입시켜 ID 50여개 확보

직접 쓴 정부 비난글 추천… 조회수 끌어올려

인터넷에서 조회수 올리기 등을 통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다음 아고라 누리꾼 3명 가운데 50대 K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의 학생들 ID를 이용해 자신의 글을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K 씨는 학생들에게 직접 ID와 비밀번호를 적어 주면서 “인터넷에서 추천을 하려고 한다”며 포털 사이트 다음에 회원 가입을 부탁했다. 학생들이 회원 가입을 하면 그들의 ID 50여 개를 이용해 자신이 쓴 글을 직접 추천했다.

다음 아고라에는 누리꾼들이 올린 글에 대해 ‘추천’ ‘반대’ 등으로 투표할 수 있다. 다음 관계자는 “아고라 메인 화면 상단에 뜨는 글의 경우 조회수, 내용, 추천·반대 등 반응을 보고 종합적으로 편집을 한다”며 “내부 기준이 있지만 이를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K 씨는 서울 강남의 논술학원 원장으로 다른 유명 학원에서 강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사모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만든 한 사이트에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그가 올린 글 대부분은 현 정부와 대통령, 메이저신문 등을 비난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K 씨가 학생들의 ID를 이용해 반정부 성향의 글과 시위를 하자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는 진술, 학생들에게 ID를 빌려달라고 한 정황 등을 학생과 학부모 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K 씨는 27일 기자와 만나 “내가 쓴 좋은 글들은 소위 ‘알바(정치적인 단체로부터 아르바이트비를 받고 이 단체를 옹호하는 글이나 댓글을 올리는 누리꾼)’들의 방해공작을 받기 때문에 조회수를 높이는 대처가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 씨는 학생의 ID를 빌렸는지 등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를 받고 있어 대답하기 민감한 사안이다”며 “한 개인이 그런 일을 했는가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인터넷 시스템의 문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메인 화면에 올라온 글만 읽기 때문에 알바들은 내용 없는 글을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조회수를 떨어뜨리는 방해공작을 편다”며 “이를 막기 위해 좋은 글에 링크를 걸어 ‘클릭해줍시다’ 같은 운동을 벌이는 것은 여론 조작이 아니라 정당방위”라고 말했다. 앞서 K 씨 등 3명은 1초에 최대 수십 건씩 조회수가 올라가도록 하는 불법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자신들이 올린 글의 조회수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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