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홍원]방과후 학교, 교과보다 특기적성을

  • 입력 2009년 3월 21일 02시 58분


일부 교육청에서 방과후 학교를 교과학습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초학력 부진을 극복하고 교과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최근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 공개가 또 다른 이유가 되지는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부 교육청의 방과후 학교 운영방침이 다른 교육청의 방과후 학교 운영에 영향을 미쳐 초중등학교 방과후 학교에서 교과학습을 강화 또는 확산시키는 반면 특기적성교육은 위축 또는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외국의 경우 방과후 학교는 대개 특기적성교육 중심으로 이뤄진다. 방과 후에 운동 음악 미술 무용 체험학습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개발하고 건전한 심신을 키운다. 물론 학력이 매우 뒤떨어지는 학생을 위하여 교과학습을 시키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많은 학생이 더 나은 성적을 얻기 위하여 그리고 더 좋은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하여 방과후 학교에 참여해 교과학습에 몰두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정부는 2006년 새로운 모습의 방과후 학교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면서 초등학교에서는 방과후 특기적성 프로그램만을 운영하고, 교과학습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못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교과학습을 허용할 경우 초등학교에서도 교과학습 프로그램이 중심이 돼 학생들의 건전한 심신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교육학원이 없어 학력 부진을 해소할 수 없는 농산어촌 지역의 학생과 도시 지역의 기초학력이 매우 떨어지는 저소득층 가정 학생을 위해서는 초등학교에서도 방과후 교과학습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요구가 많아 지난해부터 교과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대체로 초등학교에서는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고 중학교에서는 반반 정도, 고등학교에서는 교과학습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초중고교 방과후 학교에서는 특기적성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 학생의 숨겨진 소질과 재능을 발굴하고 키우는 데는 실질적으로 방과후 특기적성 프로그램이 많이 도움이 된다. 생활 속에서 자신의 소질과 재능을 발현하면서 학생은 지덕체가 조화롭게 발달된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생은 방과 후에 참여해야 하는 교과학습 중심의 사교육에 치여 행복하게 자라나지 못한다. PISA와 같은 국제학력비교 평가에서 우리나라 학생이 교과시험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내지만 학습자신감이나 학교생활흥미도 같은 정서영역에서는 시험성적이 낮은 국가의 학생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보이는 이유는 교과학습에 치여서 공부에 흥미와 자신감을 잃어서이다. 현재와 미래의 사회를 이끌어갈 건강한 몸과 도덕성, 미적 감수성, 그치지 않는 도전감과 학습의욕, 창의성과 상상력을 지닌 사람은 정규 교육과정 시간과 방과후 시간에 교과학습만을 지도해서는 키울 수가 없다.

학교생활과 상급학교 진학에서 교과 성적을 강조하는 우리의 분위기상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면 방과후 학교에서 교과학습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과후 학교의 교과교육과 특기적성교육은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교육청은 약화되는 특기적성교육을 어떻게 하면 더욱 강화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지 모색하는 일에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김홍원 한국교육개발원 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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