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주의 위협하는 ‘다음 아고라’ 속의 여론조작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를 비방하는 글을 띄운 뒤 조회 수(數)를 조작한 혐의로 경찰이 누리꾼 3명을 수사 중이다. 일각에선 “인터넷에서 이 같은 방식의 여론조작은 늘 있었다”며 “처벌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여론조작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해악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다양한 의견이 공론의 장에서 토론을 거쳐 진실이 가려질 때 가능하다. 그래야만 정부가 국민의 참된 의사를 파악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다. 이를 무시하고 거짓을 진실인 양, 소수의 의사를 다수의 의사인 양 조작하는 것은 민주정치의 근간을 허무는 행위다. 전형적인 공작정치로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전자민주주의시대에 인터넷 여론조작이 민주주의의 공적(公敵) 1호로 꼽히는 것도 그래서다.

인터넷은 디지털 공론의 장이다. 여기에 게시된 글의 조회 수는 특정 사안에 대한 누리꾼의 관심과 경향을 알 수 있는 척도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 컴퓨터 프로그램을 동원하여 조회 수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베스트 글’ 목록에 올렸다면 질이 나쁜 여론조작에 해당한다.

아고라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때도 광우병 괴담으로 여론을 왜곡 선동했다. ‘미국산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는 거짓 주장에 온 나라가 휘둘리다시피 했다. 인터넷 시장조사기관인 메트릭스의 분석에 따르면 아고라 게시판은 참여자 순위 상위 3.3%의 누리꾼이 올린 글이 전체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소수가 장악하고 있다. 이들이 여론몰이를 위해 특정 세력과 연계하고 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다음은 “아고라에는 이용자가 한 번 클릭한 후 1분 이내에 여러 번 재방문해도 한 번 온 것으로 간주하는 1분 제한 제도가 있지만 쿠키파일을 계속 지우면서 악의적으로 부정 클릭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변명했다. 허술한 부정 클릭 대응 시스템을 갖춰 놓고 악의적인 부정 클릭은 막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부정 클릭을 막을 수 없다면 정상적인 여론 형성과 민주주의를 위해 조회 수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사이트를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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