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 감상 길잡이 20선]<3>미술비평 그림 읽는 즐거움

  • 입력 2009년 3월 16일 02시 52분


◇미술비평 그림 읽는 즐거움/테리 바렛 지음/아트북스

《“미술작품은 여러 다른 해석을 낳는다. 그리고 작품 해석은 의미를 낳는다. 평론(비평)이란 작품에 대한 평론가의 감응을 주의 깊고 명확하게 전달하여 독자들과 공감하기 위한 활동이다. … 비평적 담론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우며 미술과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그림 보는 눈 키우려면

미술비평에는 작품 제작 배경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와 감상 포인트가 담겨 있다. 미국의 미술평론가이자 오하이오주립대 교수(예술교육학)인 저자는 평론가의 비평을 중심으로 미술비평을 소개한다. 미술사에 획을 그은 평론가 얘기부터 현대 미술비평의 요소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이자 건축가로 미술비평이란 분야를 만든 조르조 바사리(1511∼1574)는 “비평은 독자(관람객)의 판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독자도 작품을 감상하고 판단할 능력과 지식을 길러야 한다며 미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근대 미술비평의 선구자로 프랑스의 저술가이자 비평가인 드니 디드로(1713∼1784)는 미술에서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은 없다며 작품에 대한 절대주의적 입장을 피했다. 비평을 읽기보다 작품을 직접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시인이자 미술비평가인 샤를 보들레르(1821∼1867)는 자신의 비평이 ‘강렬하고 이념적이며 당파적인’ 성격의 글이기를 바랐다. 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작품을 만든 작가들은 거리낌 없이 깎아내렸다.

저자는 현대에는 비평 관점이 이전보다 훨씬 다양하다고 말한다. 미술의 이념화에 반대하며 미학 그 자체에 주목하는 미국의 힐턴 크레이머(1928∼)부터 비평적 중립이란 신화에 불과하다며 이념적 의미를 강조하는 루시 리파드(1937∼)에 이르기까지 평론가들이 폭넓게 분포한다는 말이다.

저자는 또 현대의 미술비평은 네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묘사, 해석, 판단, 그리고 최종적인 이론화다.

묘사는 주제나 재료, 색상 등 작품에 드러난 정보를 모으는 작업이다. 어떤 평론가는 비평에서 ‘불타는 들판’이라는 그림의 주제는 “황폐한 벌판에 놓인 석판”으로 표현하고 ‘동전을 깔고 벌꿀로 코팅한 마루’는 “표면에 반짝이는 구릿빛”으로 묘사한다. 색상을 가리켜 “단색조의 푸른 금속광”이라고 묘사하는 평론가도 있다.

작품에 숨어 있는 의미를 끄집어내는 작업이 해석이다. 평론가 켄 존슨은 스푼과 컵을 그린 미술가 엘리자베스 머리의 작품 ‘나의 맨해튼’에 대해 “오렌지색 액체가 가득 찬 컵과 기묘하게 휘어지고 크게 부푼 스푼의 만남을 표현했다”며 “성교에 대한 몽상적 상징”이라고 해석했다. 저자는 해석은 주장이기 때문에 얼마나 논리적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판단은 작품 가치에 대한 작업이다. 자연이 미의 기준이라는 사실주의, 예술가의 감성을 중시하는 표현주의, 예술은 사회와 무관하며 그 자체의 미학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형식주의, 예술은 사회를 표현하는 도구라는 도구주의 등은 전통적인 판단의 기준이다.

최근 들어서는 독창성이 중시된다. 판단은 해석과 마찬가지로 평론가가 독자에게 자신의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하도록 설득하는 일. 이러한 묘사와 해석, 판단은 평론가가 최종적으로 자신의 비평을 이론화하는 재료가 된다.

저자는 “독자는 (다양한 미술비평에 대해) 어떤 것에는 일체감을 느끼고, 다른 것에는 공감하지 못하면서 결국 자신의 관점을 만들어 간다”며 “비평은 독자가 자기 목소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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