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 감상 길잡이 20선]<2>천년의 그림여행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8분


◇천년의 그림여행/스테파노 추피 지음/예경

《“우리는 의견과 감정, 생각 등을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수단과 방법을 찾아낸다.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분 짓는 결정적 요소이다. 지난 천 년 동안 이루어진 끊임없는 노력의 자취를 따라가 보는 일은 대단히 흥미롭고 지적인 모험이 될 것이다. 그 결과 아득히 먼 옛 문명에서 우리와 비슷한 감정과 정서의 흔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메시지’는 대부분 시각예술에서 발견된다. …그림은 본질적으로 음악이나 무용 같은 다른 유희처럼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다.”》

화가 300명-작품 800점 ‘1000년의 미술사’

예수와 성모 마리아, 용을 그린 1000년대의 중세 작품부터 20세기의 낙서화가 미셸 바스키아(1960∼1988)까지 1000년의 서양 미술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시대순으로 소개한 화가가 300명, 선명한 컬러로 함께 실은 이들의 작품이 800여 점에 이른다. 당대의 화풍에 대한 소개, 화가의 삶과 예술 경향에 대한 설명, 짧지만 명쾌한 그림 분석이 어우러졌다.

서양 미술의 역사에서 비중 있게 언급되는 작품은 모두 실렸다고 할 수 있다. 미켈란젤로, 고야처럼 화가별로 작품을 소개하는 장도 있고 앵포르멜(추상표현주의), 팝아트처럼 당대의 미술사조로 구분된 장도 있다.

저자는 이탈리아의 미술사학자다. 이 책은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편집해 비교했다.

예컨대 질서정연한 사물의 배열, 그림 중앙 벽의 볼록거울에 비친 두 명의 결혼 증인의 묘사 등 그림 속 사물의 상징으로 유명한 ‘조반니 아르놀피니와 그의 아내의 초상’(영국 런던국립미술관 소장)을 그린 네덜란드 화가 얀 반에이크(1395?∼1441)를 소개한 부분에서는 화가의 다른 작품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빛의 독특한 효과와 꼼꼼한 원근법을 보여주는 ‘대법관 롤랭과 성모 마리아’, 생생한 표정을 지닌 ‘한 남자의 초상화’, 반에이크의 세밀한 묘사가 극에 달한 ‘참사위원 반 데르 파엘레와 함께 있는 성모 마리아’를 ‘조반니 아르놀피니와…’와 비교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한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플랑드르의 대표적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슈(1450?∼1516)의 작품인 ‘세속적 쾌락의 정원’(1503∼1504년·스페인 프라도미술관 소장)은 지상낙원과 지옥의 인간과 기괴한 생물을 초현실적으로 그린 대작이다.

이 책은 이 작품을 여러 부분으로 나눠 정원 중앙의 둥근 연못은 젊음의 샘으로, 그림 전체에 등장하는 딸기류는 탐욕과 육욕의 상징으로, 죽은 물고기는 죄로, 책을 읽고 있는 코가 긴 인물은 악마로 의인화한 것으로 분석한다. 독자들은 그림을 감상하는 동시에 그림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화가나 작품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와 마태오를 죽이기 위해 교회로 난입한 살인자를 빛이 극적으로 비추는 그림(‘성 마태오의 순교’)을 그린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1571∼1610)가 대표적인 경우다. ‘빛의 작가’로 알려진 카라바조의 그림에 대해 양초나 횃불이 그림 어디엔가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카라바조는 그림에서 빛의 근원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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