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피하는 포털

  • 입력 2009년 3월 9일 02시 57분




미디어 출신 CEO 퇴진… 관리전문가 전면에

유사언론 허물 벗고 비즈니스 창출로 선회

국내 주요 인터넷 포털의 지향점이 달라지고 있다.

포털은 지금까지 기자 출신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 뒤 미디어 기능을 앞세워 사업영역과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사업환경이 변하면서 미디어 전문가 대신 관리 전문가를 CEO로 앉히고 경영 효율화를 강조하고 있다.

포털이 유사 언론사 기능을 하면서도 언론사로서의 책임은 지지 않은 채 손쉽고 약게 ‘장사’를 했던 관행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들 경영진 교체가 현재의 경영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전술적 선택일 수도 있으나 다음의 ‘아고라’처럼 무책임한 언론행위로는 시장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 네이버-다음, 잇달아 CEO 교체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5일 CEO를 연합뉴스 기자 출신인 최휘영 사장에서 법조인 출신으로 재무 회계 정책 등을 총괄해 온 김상헌 경영관리본부장으로 교체했다.

NHN은 미디어를 앞세워 공격적인 사업을 펼쳤던 최 사장을 2선으로 후퇴시킨 데 대해 “지금 처한 환경에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위 포털인 ‘다음’을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지난달 12일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기자로 일한 적이 있는 석종훈 사장을 퇴진시키고 ING베어링스 증권 출신의 ‘재무통’인 최세훈 사장을 선임했다.

2003년부터 미디어다음, 아고라 등 미디어 사업을 강화해 온 석 사장의 퇴진은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언론인 출신 CEO를 퇴진시킨 두 회사는 미디어를 통한 확장 일변도의 전략을 수정하고 법인 신설과 유사 조직 통폐합 등을 통해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함께 단행했다.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케이션즈도 지난해 7월 경영전략과 구조조정 분야 전문가인 주형철 사장을 선임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엠파스 합병으로 비대해진 조직을 추스르고 ‘엠파스’ ‘네이트’를 통합한 새 포털을 내세워 경영 효율화를 강조하고 있다.

○ “뉴스가 매출로 직접 연결 안돼”

이 같은 변화의 조짐은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시작됐다.

언론이나 다름없는 영향력을 발휘해 온 일부 포털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반대 시위로 사회적 갈등이 팽배한 가운데 특정 정치세력을 대변하는 매체로 인식됐다.

포털 뉴스의 피해 구제를 강화하는 언론중재법이 개정되고 법원이 뉴스 피해자에 대한 포털의 책임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규제의 공백지대’에서 성장해 온 사업의 기반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포털도 뉴스편집 등 사실상의 언론 행위를 한다는 점이 인정되면서 범국민적 지지 아래 임의적인 기사 제목 수정을 금지하고 논평활동을 금지하는 등의 각종 관계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언론사들이 공동 뉴스포털 설립을 추진하는 점도 사업 환경 변화로서 갖는 의미가 작지 않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올해 초부터 초기화면의 뉴스편집권을 언론사에 넘기는 ‘뉴스캐스트’를 뒤늦게 도입했으며 다음도 조만간 시행될 초기화면 개편에서 사회적 파문의 진앙인 토론방 ‘아고라’를 초기화면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포털 업계 관계자는 “뉴스가 매출과 직접 연결되지 않으면서 부담이 큰 서비스라는 시각이 커졌다”며 “미디어로서 사회적 영향력을 근거로 성장 전략을 펴 왔던 전략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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