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정부, 교육개혁 관철할 교육철학 있나

  • 입력 2009년 2월 25일 02시 58분


이명박 정부는 경제와 함께 교육개혁을 유난히 강조하면서 출범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년 전 취임사에서 “관치교육과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고 교육현장에 자율과 창의, 경쟁의 숨결을 불어 넣겠다”고 다짐했다. 중등 교육에선 이미 한계에 부닥친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학교를 만들어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학 자율화는 국가경쟁력뿐 아니라 한국사회 선진화의 관건이라며 세계 대학들과 경쟁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어떤가.

대학 입시관리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대학교육협의회로 넘어갔을 뿐 3불(不)정책 등 입시의 큰 틀은 달라진 게 없다. 서울에 국제중학교 두 곳이 설립됐지만 학생을 추첨으로 뽑는 기형적인 방식으로 국제적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 교직 풍토를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되는 교원평가제는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자립형사립고는 ‘돈 내는 자율 말고는 자율이 없다’는 자조의 소리가 나온다. 교육부는 자율은커녕 다시 통제에 나서 대학들이 본고사로 학생을 뽑지 못하도록 못질하기 바쁘다.

정부는 본고사가 왜 불허되어야 하는지 설득력 있는 이유도 대지 못한다. 사교육을 받으면 성적이 쉽게 올라가는 즉효성은 내신이 으뜸이고 다음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본고사 순이다. 노무현 정부는 내신으로 학생을 뽑겠다고 했다가 사상 최대의 사교육 붐을 일으켰다. 고등학교 부근에 가면 ‘내신 족집게’ 학원이 몇 개씩 있다. 내신은 사교육을 통해 상대적으로 쉽게 점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본고사를 위한 사교육은 제한적일 수 있다. 본고사를 허용해도 실제 도입할 대학은 많지 않으며 여러 전형방식 중의 하나로 본고사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규제 정책으로 교육이 실패했다면 이번에는 대학 자율에 맡겨 볼 때가 됐다.

최근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이 초중등 교사, 학부모, 대학교원 및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명박 정부의 교육개혁에 대한 평가는 5점 만점에 평균 2.13점으로 나타났다. 교육개혁을 실감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교육정책을 추진하다 일부 세력의 조직적인 반발에 부닥치면 바로 뒤로 물러서거나 우왕좌왕했던 게 지난 1년 이 정부의 나약한 모습이었다. 개혁의지도, 자신감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 정부에 과연 교육철학이 있기는 한 건지 묻고 싶다. 지금이라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면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결단력을 보여야 교육개혁에 기여한 정권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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