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정길]첨단기술-정보 지원 시스템 중소기업서 활용해야

  • 입력 2009년 1월 19일 02시 58분


경남 창원 소재의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에 근무하는 김 대리는 서울 본사로 출장을 떠나기 전에 국가사이버설계센터에 접속했다. 여기서 플랫폼에 구축된 슈퍼컴퓨터에 CAD 데이터를 압축해 인터넷으로 보내기까지 1분이 채 안 걸린다.

김 대리는 이어 첨단 설계 시뮬레이션을 가동시킨 후 사무실을 나와 KTX에 오른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의 전원을 켠 뒤 와이브로를 이용해 플랫폼 사이트에 들어가니 시뮬레이션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사무실을 나서기 전에 걸어 놨던 첨단 설계 시뮬레이션 덕분이다. 이 결과를 보면서 만들고자 하는 자동차 부품의 설계도면이 정확한지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수정 작업한 내용을 다시 시뮬레이션한다.

본사에 도착해 노트북을 켜자 결과가 나와 있다. 김 대리는 본사에서 기다리던 유럽의 자동차 부품 바이어에게 내용을 보여주고 상담을 시작한다. 사이트에 들어가 바이어가 원하는 내용을 그 자리에서 시뮬레이션해서 수정한 후 최종 결과를 보여준다. 바이어는 김 대리가 다니는 회사의 기술력에 놀라며 부품 생산 계약에 적극 응한다.

김 대리가 납품할 부품의 설계를 위해 국가사이버설계센터에 접속해서 지원받은 첨단 설계 시뮬레이션은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지원 시스템이다. 중소기업은 이 기술만 있으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납품 기업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설계에 필요한 고가의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언제든 국가사이버설계센터 플랫폼에 들어가 불량원인 분석에서부터 새로운 부품 설계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지원을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컴퓨터상에서 미리 부품 생산 결과를 예측하고, 자유롭게 수정해서 제작에 들어가므로 불량률은 크게 낮추고 생산성은 대폭 높일 수 있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최첨단 기술 지원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중소기업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정보, 인력, 기술력의 세 가지 기술 개발 자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더욱 유용하다. 우선 기업이 제품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할 필요가 없다. 생산현장에서도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방대한 첨단기술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어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기계 부품의 경우 높은 불량률 때문에 손실 비용이 막대한 데다 신뢰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여러모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터넷 기반을 갖추고 있다. 세계적으로 기업 간 네트워킹에 의한 기술정보가 생산 및 유통 혁신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의 선점 여부가 미래시장의 기술 주도권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 설계기술 및 방대한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가상공간에 집약시켜 실시간으로 온라인 서비스하는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또 여기에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공급할 수 있는 산학연 전문가 집단의 협력이 필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러한 시스템 구축에 공들여 결실을 맺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그 힘을 글로벌 경쟁 및 한미 또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돌파할 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시공간을 초월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손쉽게 생산기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형 기술혁신 시대는 가장 먼저 준비한 우리나라가 가장 앞자리에서 선도할 수 있다.

최정길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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