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형 인간]‘반짝이는 유혹’을 끄자

  • 입력 2009년 1월 19일 02시 58분


전자기기 뒤쪽 뇌 자극, 게임 중독 우려

쥐 실험에서 한 마리는 태어난 뒤 모든 자극으로부터 고립시켰다. 또 다른 쥐는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서 키웠다. 그 결과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서 자란 쥐의 뇌 피질이 더 두꺼웠다.

그러나 자극이 풍부한 정도를 넘어서면 어떻게 될까.

현대인은 자극이 너무 많다. 아침에 일어나서 습관적으로 틀어놓은 TV를 보면서 밥을 먹는다. 출근하면서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 안까지 파고든 번쩍거리는 화면에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뺏긴다.

출근해 컴퓨터 화면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인터넷을 뒤지고 계속 걸려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반응을 하다 보면 하루가 간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TV와 컴퓨터도 모자라 휴대전화, 닌텐도, 전자사전, 아이팟까지…. 음악은 물론 게임, 영화, TV 시청까지 다 해결되는 전자기기가 주변에 넘쳐난다. 이런 기기에 빠지면 친구와 어울려 놀려고도 안 하고, 공부는 물론 독서나 운동도 멀리한다.

회사 중역이던 50대 남성이 교통사고로 앞쪽 뇌를 다쳤다. 그 후에 나타난 증상은 오전 6시에 정장을 차려 입고 하루 종일 도시 번화가의 번쩍거림을 쳐다보면서 쏘다니다가 오후 11시경에 귀가하는 것이었다.

뒤쪽 뇌에 균형이 쏠리면 번쩍거림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앞쪽 뇌가 덜 발달한 아이가 TV나 게임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지나치게 자극이 많은 환경은 오히려 독이 된다.

지나치게 자극에 노출되면 뒤쪽 뇌가 춤을 춘다. 앞쪽 뇌가 발달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 쇠퇴하게 된다. 뒤쪽 뇌가 자극을 받으면 앞쪽 뇌와 뒤쪽 뇌의 균형이 뒤쪽 뇌로 쏠리면서 게임중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어른과 아이 모두 뒤쪽 뇌를 자주 닫아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잠들기 전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어줘야 한다. 어려서 무엇을 먹어 보았는지가 평생의 식습관을 좌우한다. 마찬가지로 어려서 조용한 환경을 자주 접한 사람이 커서도 명상을 좋아한다.

부모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서 10분 동안 눈을 감고 여행에서 담아온 좋은 경치 상상하기, 저녁에 가족이 모여서 기도나 묵상하기, 아이들과 공원에서 산책하거나 하이킹하기를 실천해 보는 것도 좋다.

이번 설에 한쪽에서는 어른들이 화투를 치고, 다른 쪽에서는 아이들이 게임을 하거나 TV만을 보게 한다면 ‘뒤쪽형 가족’이 된다.

아무 생각 없이 틀어 놓은 TV를 끄자. 그리고 가족이 둘러앉아 올해 계획을 번갈아 얘기해 보자.

만약 가족여행을 간다면 하루 종일 볼거리와 번쩍거림에만 이끌리지 말고 오후 3, 4시에 여정을 끝내고 조용한 시간을 가지면서 여행에서 느낀 점을 얘기하거나 독서를 하는 것은 어떨까.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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