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중 4개는 기사 주제와 관계없는 ‘엉뚱 댓글’

  • 입력 2009년 1월 15일 03시 04분


댓글 실태와 내용

‘악플꾼’ 5%가 악성 댓글 44% 도배 ‘여론몰이’

1명이 하루 23개 꼴로 75일간 1755개 달기도

분야별 악플비중 정치 21% 사회 14% 연예 13%

한국 사회에서 인터넷 댓글은 중요한 여론의 하나로 대접을 받는다.

‘댓글 저널리즘’(댓글을 여론 형성의 주체로 보는 시각)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통용될 정도다. 이는 댓글이 최소한의 일관성이나 논리, 교양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본보가 댓글 32만여 개를 분석한 결과 그중 상당수는 의견이나 논리가 없는 단순 욕설이나 협박이었다.

극소수 누리꾼의 댓글 여론 독점도 심각했고 일부 사이트에서는 해당 이슈에 대한 생각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 부정적 여론 주도하는 ‘악플’

“난 일본보다 △△도가 더 싫다”, “나라를 말아먹어도 또 △△당 찍을 저질 국민”, “밤길 조심해라”….

본보 조사 결과 댓글의 상당수는 이처럼 지역과 정치색을 언급하며 갈등을 조장하는 내용이었다. 또 협박을 하거나 사이버 스토킹을 하는 글도 상당수였다.

댓글의 14.3%가 자신의 의견이나 논리를 제시하기보다 욕설 협박 등의 ‘악성 댓글(악플)’이었다.

악플 9933개를 종류별로 분석한 결과 단순한 욕설과 협박을 담은 글이 65.3%(중복 집계)로 가장 많았다. 같은 내용을 3회 이상 반복해 올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지 못하게 방해하는 일명 ‘도배글’도 36.5%였다.

기사(또는 게시글)와 댓글의 내용을 살펴본 결과 댓글 10개 중 4개(40.9%)가 기사의 주제와 관계없는 내용이었다.

댓글 달기가 주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토론의 수단으로 쓰이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거나 단순한 오락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가 5.0%였고 음란·스팸성 악플은 1.9%였다.

이번 조사는 포털에 올라 있는 댓글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포털이 자체 삭제했거나 보이지 않도록 처리한 악플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회적 이슈가 됐던 명예훼손, 음란성 악플의 비중이 낮게 나온 것은 상당수 악플이 이미 삭제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로는 정치 기사의 댓글에 악플이 가장 많았다. 정치 분야 댓글 중 악플의 비중은 21.2%로, 사회(14.1%)나 연예(13.0%) 분야보다 높았다. 스포츠(8.5%), 국제(6.0%), 과학 및 문화(4.5%), 경제(3.8%) 분야는 상대적으로 악플이 적었다.

○ 소수의 누리꾼이 댓글 여론 주도

댓글은 전체 누리꾼을 대표할 만큼 많은 수가 아닌 일부 누리꾼이 대부분을 작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댓글을 단 사람 가운데 상위 5%의 누리꾼이 전체 댓글 점유율 30.5%를 차지한 것.

또한 상위 20%가 전체 댓글의 52.1%를 단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기간인 75일 동안 가장 많은 댓글을 단 누리꾼은 무려 1755개의 댓글을 달았다. 하루평균 23개꼴인 셈이다. 2위는 767개로 하루평균 10개꼴이었다.

전체 인터넷 뉴스 이용자 가운데 불과 2.5%(2006년 네이버 자체 조사)가량만 댓글을 단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소수의 댓글 독점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기사를 읽은 누리꾼 가운데 고작 0.12%가 전체 댓글 여론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악플의 경우 일반 댓글에 비해 소수 독점이 더 심했다. 악플을 단 사람 가운데 상위 5%가 점유율 44.2%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5일 네이버에 오른 ‘상습악질 인터넷 악플러 구속 수사’라는 기사에는 모두 1770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35.6%가 악플이었다. 이 가운데 상위 5%가 생산한 악플은 무려 63.8%였다.

전문가들은 댓글 참여도가 높은 10, 20대 등 특정 연령대의 일부 누리꾼이 전체 댓글 여론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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