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美역사 개척한 최초의 대륙횡단 원정기

  • 입력 2009년 1월 3일 02시 56분


원정대의 지휘관 클라크(왼쪽에서 첫 번째)와 루이스(두 번째)가 인디언 여성 사카가위아(세 번째)와 진로를 상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뜨인돌
원정대의 지휘관 클라크(왼쪽에서 첫 번째)와 루이스(두 번째)가 인디언 여성 사카가위아(세 번째)와 진로를 상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뜨인돌
◇불굴의 용기/스티븐 앰브로스 지음·박중서 옮김/816쪽·3만8000원·뜨인돌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1803년 7월 4일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사들였다고 공표했다.

당시 루이지애나는 남으로 멕시코 만, 북으로 미주리 강의 북쪽 지류, 동으로는 미시시피 강, 서로는 로키 산맥 분수령에 이르는 지역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정도의 추정만 있었을 뿐 루이지애나의 영토가 정확하게 어디까지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미국인은 물론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 어느 나라 사람들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제퍼슨 본인도 “미주리 강 상류에는 매머드와 큰땅늘보를 비롯해 선사시대 생물들이 존재하고, 소금으로 이뤄진 산이 펼쳐져 있다”고 믿었을 정도였다. 그래서 루이지애나 편입에 반대하는 이들은 “사람도 살지 않고 있는 거라곤 기껏해야 늑대와 떠돌이 인디언, 엄청난 쓰레기뿐인 땅을 가뜩이나 없는 돈으로 사들였다”고 제퍼슨을 비난했다.

미시시피 강 서쪽으로부터 태평양에 이르는 미지의 땅을 개척하는 일은 제퍼슨의 오랜 꿈이었다. 그는 원정대를 파견하기로 했다. 개인비서 메리웨더 루이스와 그의 군 동료였던 윌리엄 클라크가 공동 지휘관을 맡았다.

1803년 5월 14일 원정대가 세인트루이스를 출발했다. 54명이었던 원정대에는 인디언 부족과의 통역을 맡은 인디언 여성 사카가위아와 그의 2개월 된 아기, 클라크의 흑인 노예 요크도 포함돼 있었다. 원정대는 미주리 강 상류의 강한 물살을 헤치고, 회색곰과 싸움을 벌이는 역경을 거듭하며 서쪽으로 전진했다.

태평양까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그들 앞에 예상 못했던 장애물이 나타났다. 험난한 로키 산맥이다. 루이스와 클라크 두 사람은 숙고 끝에 계속 전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1805년 11월 20일, 2년 6개월의 여정 끝에 마침내 태평양에 도착했다. 주파한 거리는 4000마일. 미국 역사상 최초의 대륙 횡단이었다.

역사학자 겸 전기 작가인 저자는 치밀한 고증으로 이들의 여정을 꼼꼼하게 서술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장면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당시 신대륙을 먼저 차지하려는 강대국들의 각축전 양상도 엿볼 수 있다.

책에 소개된 내용 가운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 태평양에 도착한 원정대는 겨울을 날 곳을 결정해야 했다. 두 지휘관은 대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때 흑인 노예인 요크도, 인디언 여성 사카가위아도 원정대의 일원으로 의견을 밝혔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과 여성이 투표를 한 셈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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