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 6개월 前 입원 평온하게 떠날 준비”

  • 입력 2008년 12월 18일 02시 59분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 박명희 수간호사(왼쪽)가 임종을 앞둔 한 환자의 건강 상태를 물어보고 있다. 사진 제공 강남성모병원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 박명희 수간호사(왼쪽)가 임종을 앞둔 한 환자의 건강 상태를 물어보고 있다. 사진 제공 강남성모병원
13년차 호스피스 수간호사가 본 ‘행복한 임종’은…

“얼마나 더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눈을 감느냐가 중요”

강남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 박명희 수간호사는 13년간 2000여 명의 임종을 지켜봤다. 말기암 환자 등 회복가능성이 없는 환자들이 ‘연명치료’ 대신 육체적 정신적 ‘완화치료’를 통해 편안하게 죽음을 맞도록 보살피는 게 그의 일.

“죽음이 생각하는 것만큼 음습하게 다가오는 건 아니에요. 죽기 직전 사람의 얼굴은 극도의 두려움과 고통으로 일그러질 것 같지만 죽음을 충분히 준비한 분들은 아주 평온한 모습이에요.”

임종 3∼6개월 전 호스피스로 옮겨가는 서구와 달리 우리는 불과 2∼3주를 남겨두고 입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들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다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 간호사처럼 생사의 경계에서 일하며 죽음을 일상적으로 접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눈을 감느냐가 중요하다”며 대체로 존엄사에 찬성한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장인 서주영 교수는 “전기충격기 등으로 심폐소생술을 할 경우 환자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몸이 망가져가지만 현행 규범상 가족과 의료진은 기계적 생명연장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환자는 최후의 순간까지 고통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교인들의 장례식을 주관해 온 천주교 서울대교구 연령회 김종호 회장은 평소 아끼던 여행 사진을 미래의 영정사진으로 골랐다. “저세상으로 갈 때 나의 가장 멋진 모습을 챙겨가자”는 생각에서다.

한편 섣부른 존엄사 도입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기독생명윤리협회 이상원 상임이사는 “소극적 안락사와 존엄사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현실에서 ‘품위’라는 이름으로 환자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특히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문화에서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마지못해 죽음을 택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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