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김훈 “삶이란 생로병사의 끝없는 반복”

  • 입력 2008년 11월 22일 02시 59분


◇바다의 기별/김훈 지음/220쪽·9500원·생각의 나무

김훈 4년만에 산문집 펴내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후로는 산문을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소설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소설에 주력하는 것이 내 도리란 생각입니다. 그 여력으로 쓴 글들인 것 같아요.”

소설가 김훈(사진) 씨가 4년 만에 산문집을 펴냈다. 멀게는 1994년 썼던 글에서부터 최근까지 각기 흩어졌던 글을 한데 모은 것으로 소설을 집필하면서 썼던 산문과 강연회 원고를 새롭게 정리한 글 등 13편이 수록됐다.

오랜만에 접하는 산문집이지만 존재의 내면, 삶과 죽음의 고독을 집요하게 탐색하는 작가의 웅숭깊은 사유와 철학은 견고하다. 특유의 수려한 문체가 붙드는 힘 역시 강렬하다.

‘생명의 개별성’에서는 생로병사의 예정된 결말을 짊어지고 가는 인간들이 제몫으로 감당해야 하는 죽음의 고통을 존재의 ‘개별성’을 중심으로 짚어본다. 작가는 시대와 불화하는 삶을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인생을 반추하기도 하고(‘광야를 달리는 말’), 어느새 훌쩍 자란 딸이 첫 월급으로 선물한 휴대전화를 보며 진지하고 엄숙하게 반복되는 삶의 끝없는 순환에서 경이로움과 행복을 읽어내기도 한다(‘무사한 나날들’).

특히 작가는 사실과 의견을 엄격히 구분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작가가 되기까지 유년, 학창시절의 경험과 작가로서 언어에 대한 고민 등이 담긴 ‘회상’ ‘말과 사물’ 등에 이런 고민이 잘 드러난다. 작가는 “여기저기 시차를 두고 쓴 글들이라 일관성이나 계통이 있는 글로 보긴 어렵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시각이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장편소설을 집필 중인 그는 “산문집을 엮고 보니 소설을 더 열심히 써야겠다 싶다. 어렵고 더딘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제 추워서 자전거는 못 타고 있으니 내년 봄까지는 가끔 술 마시고 소설만 쓰며 지낼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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