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 - P&G‘이상한 동거’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7분


직원교차 파견-아이디어 교류 등 협력 강화

“광고 수주” “인터넷 마케팅” 서로 이해 맞아

“생활용품사 온라인 광고 효과 낮아” 지적도

“그런데 ‘엄마 블로거’들은 왜 아무도 오지 않나요?”

올해 4월 세계 최대 생활용품 제조회사인 미국 P&G의 신상품 기저귀 발표 현장. P&G에 파견 나온 한 구글 직원이 P&G 관계자에게 물었다.

인터넷에서 육아 관련 사이트를 운영하며 유아용 제품 평가, 육아법 등을 올리며 새내기 엄마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엄마 블로거들을 초청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 그로부터 얼마 뒤 P&G에는 ‘디지털 혁신 매니저’라는 직책이 생겼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새로운 살 길을 찾아라”=최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과 전통산업의 대명사인 P&G가 ‘이상한 동거’를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두 회사가 올해 1월부터 직원들을 상대방 회사로 교차 파견해 몇 주 동안 사업 전략회의나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누, 세제, 샴푸, 기저귀 등 생활용품 업계의 ‘대부’인 P&G는 미래고객인 10, 20대가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인터넷을 제대로 알아야 효과적인 제품 홍보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인터넷 노하우가 절실했던 P&G는 구글에 ‘러브콜’을 보냈다.

연간 광고비가 87억 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인 P&G가 이런 제안을 해오자 광고 매출을 회복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던 구글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어색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구글은 온라인 검색광고 시장 점유율이 74%에 이르지만 2002년 이후 광고 매출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다.

두 회사의 전략적 동거는 효과적인 인터넷 광고 전략을 구글에서 배우려는 P&G와 P&G의 인터넷 광고를 수주해 광고 매출을 올리려는 구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엇갈리는 기대와 우려=이 신문은 두 회사의 첫 합작품으로 P&G의 대표 세제인 ‘타이드’의 TV 광고 패러디 공모전을 열어 구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린 것을 꼽았다.

P&G는 처음에 사람들이 유튜브에 제품에 대한 나쁜 평가만 늘어놓거나 공모전 참여율이 저조할 것을 우려했지만 구글 측의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쳤다. 여기에 힘입어 P&G는 소비자 평가를 반영한 신제품을 앞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상대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직원들이 교육 과정에서 서로의 배울 점을 찾아내 자신 회사에 이를 적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제품 포장을 보고 일단 멈춰서고, 제품을 집어서 설명을 읽은 뒤, 쇼핑 수레에 담게 하라는 P&G의 3원칙을 구글에서도 활용하기도 했다. 구글 직원 처디 씨는 “누리꾼들이 제목 앞에 멈춰서고 그 밑의 설명을 읽은 뒤 클릭을 해 해당 인터넷 사이트로 들어가는 것과 똑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P&G 같은 생활용품 회사가 온라인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생활용품 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여전히 TV나 신문 등 전통적인 매체를 통한 광고에 익숙해 있고, 여전히 그런 방식의 광고효과가 높다는 인식 때문이다.

P&G가 매년 광고비를 어떤 매체에 얼마만큼 집행하는지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지만 미국 기준으로 P&G의 인터넷 광고비용은 전체 집행액의 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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